본문 바로가기

에세이39

[에세이/낭독리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별일 아니었어 가수. 그것도 유명 경연 프로그램에서 상위권 진출자이자 아이돌이지만 미안하게도 낯선 그가 3년간 SNS로 사람들과 소통한 글이라기에 팬심은 없지만 관심이 생겼다. 고민 상담하는 아이돌이라니. 난 케첩보다는 설탕 듬뿍 뿌려진 핫도그가 훠월씬 좋지만 어쨌거나 그가 털어놓는 통통한 핫도그에 얽힌 어릴 적 이야기는 고민 상담소 주인을 할만하다, 싶은 생각의 깊이가 전해진다. 짧은 질문과 더 짧고 쿨한 답이 오간다. 한데 읽다 보면 그 어떤 글보다 더 오래 머물게 된다. 그의 생각에 나의 생각이 얹혀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한다. '나와 잘 맞는다고 좋은 사람이 아니고,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나쁜 사람도 아닌데 정작 나는 좋은 사람인지'를 묻는 그의 질문이 내내 마음을 긁고 있다. 그도 관계에 지쳐 본 걸까, 라는.. 2021. 8. 22.
[에세이/낭독리뷰] 가끔 내가 마음에 들었지만, 자주 내가 싫었다 '자주 마음에 들고 가끔 싫은 게 아니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존감이란 굴레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나지만 '자주 싫다'라는 제목에 마음이 쓰였다. 작가는 일상에서의 소재로 무심한 듯 느껴질 정도로, 살짝 바스락거린다고 느낄 정도로 기름기를 쏙 빼버린 마음을 담는다. 그렇게 청소기 소리에서 노모의 지친 마음을, 지나는 연인의 다툼에서 사랑의 감정을, 막 유치원에서 나온 모녀의 모습에서 인생을 담는다. 그러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의 모습에서 지쳐가는 소리를 내고 있는 내가 보여 울컥해 버렸다. "사랑을 '하다'보다 '빠지다'라고 표현하는 사람. 빠진 깊이만큼 아파본 사람이면 좋겠다." 60쪽 나도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써 낼 줄 아는 마음도. 작가는 보통의 .. 2021. 8. 16.
[에세이/낭독리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 - 가장 예쁜 마음을 가장 예쁘게 담아서 당신에게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가슴이 몽글몽글 해지는 지기는 오랜만이다. 신림과 모란을 몇 번이나 오가는 동안 마지막 지하철이라는 방송이 듣고 나서야 헤어질 수 있었던 20년이 훌쩍 지난 기억이 새록 살아난다. 이미 죽어 없어진 연애 세포를 각성시키는 듯하다. 잊고 살았다. 아내의 다정함을. 연애를 시작하고 사람 많기로 소문난 도심 한복판의 놀이공원에서 손에 땀이 차도 내 손을 놓지 않고, 더위를 먹고 기진맥진한 내게 음료를 닦아 건네주고, 최선을 다하지만 언제나 중간밖에 도달하지 못하는 횡단보도를 나보다 한걸음 뒤에 건너고 휠체어에 앉은 내 눈을 맞추려 무릎을 굽혔던 아내의 다정함을 잊고 살았다니 참 미안해진다. 얼굴은커녕 그동안 작가의 글을 접해보지 못했는데 섣불리 여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 2021. 7. 10.
[여행/에세이] 내 뜻대로 살아 볼 용기 - 여행으로부터 얻은 소중한 삶의 지혜 한동안 '뭐뭐할 용기'라는 심리서가 유행처럼 번진 데에는 현대인들이 치열한 삶을 살아내느라 지친 정신과 마음을 다독일 필요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앞다투어 심리학자이나 정신의 등이 아들러를 앞세워 타인에게 맞춰 정작 '나'를 잃은 사람들을 다독여 주었다. 이 책 역시 여행을 통해 계속되는 치열함은 잊고 자신만의 삶을 찾는 과정을 담아낸다. "'학교와 회사를 다닌다'라는 행위에 집착하며 살아왔다. '살아남는다'에만 집중하던 날들이었다."라는 문장이 가슴을 먹먹하게 짓누른다. 어느 누구든 그러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외우라는 것만 외우고, 하라는 것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학교와 사회에서 가르친다. 결과로 우린 경쟁만 하는 사람들이 되고. 그저 살기 위해 일하는 건지 일하기 위해 사는 건지 이유도 생각해.. 2018. 8. 28.
[교양/에세이] 여자의 숨 쉴 틈 - 인생의 길을 잃은 여자, 인생의 끝에 선 노인을 만나다 김재진 시인은 추천사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스탠드의 스위치를 누르듯 펼치는 순간 이 책은 깜빡, 하고 켜지며 마음에 빛을 준다."라고 말이다. 어쩜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 "마구잡이로 섞인 비빔밥이 마치 제 인생 같습니다." '제길' 울컥해져 버려 나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게 된다. '들어가며'를 읽었을 뿐인데 그렇게 살아오시고 살고 있고 살아갈지도 모르는 엄마와 아내 그리고 딸의 모습이 저자가 비벼놓은 비빔밥 안에 담겨있다. 아, 이 기분은 말로 다할 수 없는 먹먹함이 전해진다. "난 아이를 내게 온 손님이라고 생각했었다. 저 아이는 하나의 나와 다른 인격체, 이미 본인 자신의 길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난 그냥 옆에서 잘 이끌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걸까? 점점 예의 .. 2018. 5. 18.
[문학/에세이]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다시 힘차게 한 주를 시작한다. 매주 월요일은 가슴이 더 뛴다.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 행복의 연속이다." p83 나와는 반대로 사람과의 소통을 즐기는 사람. 어떻게 관계를 즐길 수 있을까? 나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할 때 믿고 따르던 형에게 뒤통수 되게 맞은 것 이외에는 딱히 없지만 관계의 피로도를 핑계 대고 돌아앉았는데. 나보다 딱 10살이 많은 형님뻘이지만 저자의 삶은 나와 참 많이 다른 꼴이다. 는 일기 형식의 이야기를 정리한 에세이다. 근데 자신의 일상을 풀어놓은 것치고는 자기계발의 성격이 꽤나 많다. "정직" "성실" "믿음" "SNS"에 미루지 않는 "지금 당장"의 실천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것도 새벽 1시에 말이다. 개.. 2017.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