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39

[인문] 문장의 무게 -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단어의 나이를 묻는 것이 취미, 라는 작가의 소개 글에서 그의 단어와 문장이 궁금해진다. 그의 문장엔 어떤 우주가 있는지, 또 그 무게를 이기고 우린 우주를 둥둥거리며 유영하게 될는지, 기대됐다. 이 책은 작가가 선택한 27개의 동서양의 고전 혹은 근대 작품 속에서 우주를 품은 묵직한 문장을 펼쳐 놓는다. 모든 문장의 울림이 내게 도달했다고 할 수 없으나 그 자체의 무게로 우주를 연결하고 있다. 어째 쓰고 보니 철학자 흉내를 내고 있지만 지금 내 기분이 그렇다. 모두 마음을 울리진 않지만 그대로 의미는 사유하게 되는 문장들이다. "도덕은 내일을 생각하지만 사랑은 오늘만 생각합니다. 사랑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진공상태에서만이 사랑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행위가 아닌 상태로서만 .. 2022. 4. 2.
[에세이]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생일에 왜 태어났냐, 라고 직설적으로 묻는 친구들 노랫가락에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럼에도 뭘 하고 싶지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그나마 반항을 오지게 하던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그래도 죄송하진 않았다. 죄송하다니… 너무 처연하지 않은가. 내 유년 시절과 닮은 듯 닮지 않은 그의 이야기에 맥이 좀 빠졌다. 가부장적이고 음주 가무에 뛰어났던 아버지는 맨정신으로 귀가하는 걸 본 적이 없었고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장남이라는 이유로 이해할 수 없는 매질을 당하기도 했다. 공부를 안 한다는 벌로 TV며 라디오 선은 잘려 나가기 일쑤였다. 내 유년 시절은 분노가 가득했다. 방문이고 장롱이고 벽이고 주먹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았다. 그래도 죽음을 떠올리진 않았던 터라 그의 깊은.. 2022. 3. 30.
[사회학] 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어 - 정자은행과 생식의료에 관한 이야기 여러 생각이 들게 하면서 현실적 세태를 담은 제목이 아닐까.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점점 어려워지기만 하는 탓에 결혼은 싫고 아이를 키우며 알콩달콩한 육아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 진다. 선택적 싱글맘인 방송인 사유리의 선택을 응원하는 이가 많았던 이유가 아닐까. 저자는 치료로서 시행 되던 체외수정, 즉 시험관 아기는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나 자손 번식의 형태로 변질되는 데서 오는 과학의 발전이 초래하는 생명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선택적 싱글맘 혹은 싱글대디가 오히려 출산률을 높인다는 통계(일본 이야기이지만)는 살짝 놀랍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거부한채 '아이'만 원하는 것은 개인의 선호나 필요에 따른 것으로 보여 찬성하긴 어렵다. 내용에도.. 2022. 3. 23.
[에세이/낭독리뷰] 오늘을 견디며, 사랑하며 이리 가슴을 졸이게 만들 수 있을까. 띠지만 봐도 이미 어떤 내용인지 충분히 짐작 가능한데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요동치는 내 감정을 걷잡을 수 없다. 심지어 난 작가들을 지켜보기도 하지 않았던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공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에도 작가들의 삶을 보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방관자 혹은 오지라퍼였음을 깨닫게 한다. 보고 있었지만 보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닌지. 장애아를 키우며 산다는 것을 매일 매시간 어쩌면 매 순간 가슴 바닥부터 차곡차곡 눌러 놓았을지 모른다. 아이의 존재로 자신이 점점 지워지는 느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쯤은 굳이 지적해 주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순간순간 위축되고 조그라 들어 구겨진 주름에 다림질이라도 해야 할 정도가 된 다음에야 하.. 2021. 11. 26.
[산문/낭독리뷰] 시의 쓸모 -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 '시'를 두고 쓸모를 따지는 것도 그렇지만 언뜻 표지만 보면 그림에 대한 책처럼 보이는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루는 책이라니 정체가 헛갈려 궁금증이 더했습니다. 자신을 부단히 깨트려 보다 나은 자신이 되려는 것,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 기술'이라며, 헤르만 헤세의 글을 빌려 시인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의 이야기이면서 한편으로 우리 이야기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이겠네요. 시인은 산문을 쓰고, 그 산문으로 시를 짓는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포인트라 하면서 말이죠. 그냥 글쓰기 수업이 될 정도입니다. 따뜻한 어투의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제 말(글) 투도 그리되는 게 괜스레 기분 좋아집니다. '시는 일상의 나를 잘 느끼는 것이지 미사여구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는.. 2021. 11. 3.
[에세이/낭독리뷰] 취향의 기쁨 -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너, 참 취향 독특하다!"처럼 쓰임새가 그다지 긍정의 어감이 아닌 건 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편적인 것과는 다른 독특이나 특이하다는 '이해 불가' 정도의 방향이니 단어의 뜻과는 다른 건 분명하다. 취향[취ː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표준국어대사전) 뭐랄까 표지 그림을 보면서 이란 만화가 생각났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생김새가 비슷해서 일 수도 있겠고 자신만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닮아서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내 느낌이고 내 취향이랄까. 시작에 윤종신의 노래 '느슨'과 읽으면 좋다고 팁을 준다. 윤종신이라... 특별히 호불호가 없는 가수라 새삼 '취향'이라는 의미가 도드라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와 나는 음악적 취향은 같지 않을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 2021.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