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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낭독리뷰] 오늘을 견디며, 사랑하며

by 두목의진심 2021.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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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가슴을 졸이게 만들 수 있을까. 띠지만 봐도 이미 어떤 내용인지 충분히 짐작 가능한데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요동치는 내 감정을 걷잡을 수 없다. 심지어 난 작가들을 지켜보기도 하지 않았던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공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에도 작가들의 삶을 보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방관자 혹은 오지라퍼였음을 깨닫게 한다. 보고 있었지만 보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닌지.

 

장애아를 키우며 산다는 것을 매일 매시간 어쩌면 매 순간 가슴 바닥부터 차곡차곡 눌러 놓았을지 모른다. 아이의 존재로 자신이 점점 지워지는 느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쯤은 굳이 지적해 주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순간순간 위축되고 조그라 들어 구겨진 주름에 다림질이라도 해야 할 정도가 된 다음에야 하늘 한번 보고 '엄마'라는 현실을 빠르게 되찾아 오는 일들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 그래서 함부로 그들을 이해한다거나 측은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7명의 작가들은 살아온 배경도, 한자리에 모인 히스토리도 다 다르지만 글을 쓰며 조금씩 그리고 조심스럽게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음을 느낀다. 혐오와 편견이 난무하는 세상에 아이들의 상처와 미래를 염려하며 지레 겁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박차고 나와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이 작가들의 이야기는 다 끝나고 나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쉴 수 있을 정도로 빠져들게 한다.

 

"언니는 참 잘 웃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132쪽

 

재밌는 클립 영상 하나에 맘껏 웃었다고 지인이 던진 송곳 같은 말 끝에 "그럼 울까?"라고 되뇌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는 작가의 말에 울컥해져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화가 나지만 맥이 풀려 버려 고개를 젖혔다. 우린 그들을 얼마나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온전한 내 삶이 그들 삶보다 낫다는 착각에 빠져 마냥 우울하고 불행하고 지쳐있다고 생각해 그들을 배려한답시고 막무가내로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 걸까?

 

 

한편, 나는 울 엄마가 많이 생각났다. 느닷없는 사고로 아들이 손가락 하나 달싹 못하고 수개월을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갈 때 엄마 코는 늘 빨갰다. 하루에 두 번, 아들과 마주할 아침과 저녁 잠시의 면회 시간을 제외하면 눈물을 달고 지내셨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한참이 지난 뒤에야 헤아릴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렇게 모두의 엄마를 소환할 것이다. 누구나 가족은 때론 아프고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보통은 즐겁고 행복하기 마련이다. 장애아가 있다고 그렇지 않으리란 건 지극히 후진 편견이다. 그걸 작가들이 바로잡아준다.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고 행복할 수 있는 작가들의 삶은 버라이어티 할망정 새드 모드는 아니다.

 

 

 

바람이 있다면, 이 책이 부디 널리 읽혀 발달장애가 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장애(인)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함만 포장해야 하는 게 아니라 보통의 이웃처럼 다채로운 시선이 되었으면 한다. 굳이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못 도와줘 안달 날 필요도 없다. 정승 판서도 지 싫으면 안 하는 것처럼, 도움이 필요하면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곁만 내주면 된다. 진심 그 정도면 족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이 진행 중인 것처럼 엄마의 성장도 멈추질 않길 바란다.

조심스럽지만 읽어보길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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