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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산문/낭독리뷰] 시의 쓸모 -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

by 두목의진심 202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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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두고 쓸모를 따지는 것도 그렇지만 언뜻 표지만 보면 그림에 대한 책처럼 보이는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루는 책이라니 정체가 헛갈려 궁금증이 더했습니다.

 

자신을 부단히 깨트려 보다 나은 자신이 되려는 것,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 기술'이라며, 헤르만 헤세의 글을 빌려 시인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의 이야기이면서 한편으로 우리 이야기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이겠네요.

 

시인은 산문을 쓰고, 그 산문으로 시를 짓는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포인트라 하면서 말이죠. 그냥 글쓰기 수업이 될 정도입니다. 따뜻한 어투의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제 말(글) 투도 그리되는 게 괜스레 기분 좋아집니다.

 

'시는 일상의 나를 잘 느끼는 것이지 미사여구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는 시인의 말에 오늘 하루 속 내가 어떠했을까 곰곰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보나 마나 쉽지 않은 하루였을 테지만요. 그리고 시인의 말처럼 시의 회화성이 느껴지는 그림들을 볼 줄은 모르지만 보너스처럼 생각하고 들여다봅니다.

 

 

"'오르막길인 줄 알았는데 내리막길이었다.'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내일이 오늘보다 좋아진다는 잔인한 희망 때문에 일상이 고달프기도 합니다." 56쪽

 

하루의 고단함이 훅 덥혀지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성공의 정점에 서서 느낄 수 있는 환희에 대한 이야기라서 적잖게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꼭 인생의 정점을 찍거나 성공을 해야만 인생이 그럴듯해지는 건 아니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아니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내리막길 역시 쉽진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오르막길보다는' 같은, 뭐 그런 마음이 되는 게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 시인은 시로만 말하지 않습니다. 인생을, 삶을, 고통을 사람이 겪어내는 여러 감정들을 곱이곱이 적어내려 갑니다. 읽는 이에게 성찰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쓰려는 이에게 아주 좋은 교과서 같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어느 쪽이든 흡족한 마음이 들어버렸습니다. 참 좋습니다.

 

 

"삶이란 홀로 가는 길 같아도 결국 사람과 함께하는 길이기도 하지요. 내가 만난 사람이 바로 내가 갈 길의 표식이 됩니다. 이들을 어찌 소홀히 하겠습니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이것이 마지막 방법입니다." 205쪽

 

시인은 5가지 챕터에 29가지의 주제를 산문과 해설을 통해 시를 담은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치 문학 수업을 받는 것처럼 인간과 철학에 대한 깊은 사유와 사랑과 용서 같은 농익은 감정들까지 뭔가 삶이 풍요로워진 것 같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게다가 저도 모르게 시인의 흉내를 내는 말투까지, 생경하지만 흠뻑 취한 시간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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