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사회학] 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어 - 정자은행과 생식의료에 관한 이야기

by 두목의진심 2022. 3. 23.
728x90

 

 

여러 생각이 들게 하면서 현실적 세태를 담은 제목이 아닐까.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점점 어려워지기만 하는 탓에 결혼은 싫고 아이를 키우며 알콩달콩한 육아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 진다. 선택적 싱글맘인 방송인 사유리의 선택을 응원하는 이가 많았던 이유가 아닐까.

 

저자는 치료로서 시행 되던 체외수정, 즉 시험관 아기는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나 자손 번식의 형태로 변질되는 데서 오는 과학의 발전이 초래하는 생명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선택적 싱글맘 혹은 싱글대디가 오히려 출산률을 높인다는 통계(일본 이야기이지만)는 살짝 놀랍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거부한채 '아이'만 원하는 것은 개인의 선호나 필요에 따른 것으로 보여 찬성하긴 어렵다. 내용에도 언급되기도 하지만 출산 이후 한쪽 부모의 부재는 아이의 성장에 어떤식으로든 결핍을 남길 수 있다는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56쪽, 더 이상 왕자님을 기다리지 않는다?

 

아이가 갖는 '뿌리'에 대한 궁금증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고 자신이 DI(비배우자 간 인공수정, Donor Insemination)로 태어났음을 인지하는 순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유전적 관계에서 비밀'로 감춰져야 하는 자신의 존재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꽤나 정체성을 흔릴리게 할 소지가 있다.

 

반면, 혈연으로서의 자신의 도너(유전자 제공자)를 알고 싶은 아이의 입장과 자신의 일상을 보호받고 싶은 도너의 입장은 온도차는 확연하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533명의 아빠라는 걸 알게 된다면 끔찍하지 않을까.

 

나는 이 모든 것에 앞서 '유전자 선택'이란 기술이 미치는 생명윤리에 방점을 찍게 된다. 이 기술에서 '장애'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결국 나치가 자행하려 했던 우생학적 DNA만 살아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일 수 있을까. 인간의 탐욕을 믿을 수 있을까. EIDF2016 대상 수상작인 <내추럴 디스오더(Natural Disorder)>는 '정상상'을 이야기 한다. 과학의 발전이 장애를 선별하는 도구로 전락하면 장애의 유무로 배아를 죄책감 없이 폐기하면서 생명을 쇼핑하듯 고르게 될 수 있음을 경고 한다. 그게 코앞으로 바짝 다가온 현실이어서 소름 돋았다.

 

110쪽, 유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는 행복할까?

 

내용에 등장하는 체외 수정과 관련한 의료적, 과학적 기술은 뜨거운 논란이나 윤리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멈추지 않는 한 발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명은 '선택'하지 않을 때 비로서 온전하다고 믿는다. 이런 기술이 사람을 살리는 기술일까. 또 대리모나 선택적 출산은 어떻게든 '낳는다'라는 욕구가 포장될 때 여성을 출산 자판기처럼 여겨지진 않을까.

 

156쪽, 낳은 부모냐? 유전상의 부모냐?

 

이 책은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 기반으로 출산을 허용하는 부분과 별개로 신체적 장애로 그런 출산이 불가능한 사람이나 생물학적 출산이 불가능한 동성 부부 혹은 결혼이란 제도를 거부하고 한부모 입장에서 출산이 과연 어떤 윤리적 논쟁을 야기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자 답이다.

 

생명에 관해 도덕적, 윤리적 고민을 넓고 깊게 하게 만드는 책이다. 영화 <가타카>가 보고 싶어졌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