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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by 두목의진심 202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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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 시기. 질풍노도를 관통하는 중2인 아들이 독서록을 써야 한다며, 책을 찾는다. 빌려 봐도 되겠지만 그냥 주문했다. 나도 이 책이 궁금했다. 하… 원래 이런 소설이었던가. 청소년 도서라고 알고 있었는데. 시작부터 잔혹 동화가 겹친다. 강렬함과 기대감이 뒤엉켜 묘한 감정이 된다.

 

알렉시티미아, 감정 표현 불능증. 예전 달인이란 개그 프로에서 김병만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며 이런저런 고통을 참아내며 관객과 시청자를 웃겼다. 한데 누군가에겐 웃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린 보통에서 벗어나면 '장애'에 방점을 찍지 않는가. 사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현대인에게는 평범한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씁쓸했다.

 

30쪽

 

"그래서, 누가 그러자고 정한 것도 아닌데 학교에서 곤이와 나는 서로 모른 척했다. 말을 섞지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우리는 칠판지우개나 분필처럼 그저 학교를 구성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거기서는 누구도 진짜가 아니었다." 139쪽

 

문장을 읽는데 40년이란 시간이 훅하고 되살아 났다. 내게 중학교 시절은 담임에게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뭔가 할 일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찜찜한 나날이 있었다. 담임의 기분에 따라 맞는 횟수는 달라졌지만 맞지 않은 날은 없었다. 담임의 별명은 '양또라이'였다. 그는 다 너희를 위해서 내가 고생하는 거야 새끼들아, 라는 말을 덧붙이며 웃으며 우릴 때렸다.

 

그때도 중2가 질풍노도의 시기였던가. 주먹깨나 쓰던 아이들은 담임에게 얻어맞은 분풀이를 힘없는 아이에게 해댔고, 정의로움으로 포장해 학교끼리 정쟁도 불사했다. 그렇게 자신을, 타인을 해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라기보다 아픈 기억에 가깝다.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171쪽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이어야 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모두가 잘못한 일이 되어버린 곤이의 등장이 아니 일상이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여린 마음을 들켜버리는 순간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되려 '쎄'보여야 했던 아이. 아무도 그런 아이가 얼마나 외롭고 두려운지 알려고 하지 않지만 타인에게 공감할 수 없는 윤재가 읽어내 버린 것에 얼마나 미안한지. 둘의 관계가 반성의 시간이 된다.

 

울컥한다. '어차피'라는 단어에 감정을 묻혀 자신의 일상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무의미하다 여기던 윤재가 자신만의 '틀'을 깨고 조금씩 흔들리는 것에 내 속이 뜨겁게 끓었다. 그리고 바람 같은 도라가 예쁨 받을 거란 막연함이 불었다.

 

203쪽

 

세 친구의 삶의 고뇌와 우정 그리고 사랑을 이토록 몰입도 높게 끌어 나갈 수 있는지 작가의 무궁한 감정선이 감사하다. 다르다는 것, 을 차이나 차이 혹은 편견처럼 어느 한쪽의 일방적 잘못으로 몰아가지 않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일들이라는 자연스러움으로 보여준다. 어떤 식으로든 포장하지 않는 그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게 한다. 그렇게 우린 모두 괴물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게 된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특별함이 평범함이 되는, 모든 가능성이 담긴 행복한 책이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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