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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 버지니아 울프의 방 - 성을 넘어 자기가 되는 삶

by 두목의진심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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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에서 기획한 세계 고전을 통해 시대를 관통해 온 관념을 새롭게 바라보는 '이다의 이유'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문학을 통해 가부장적 시대의 여성차별은 여성 문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방관하지 말고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성찰하게 한다. 여성차별은 현재 진행형이므로. 그래서 "우린 모두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자기만의 방>은 1928년 10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여성과 픽션'이란 주제로 한 강연의 내용으로 여성의 주체적인 작품을 위해서는 왜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지, 왜 년 500파운드가 있어야 하는지, 모든 여성이 어떻게 용기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논란이 많은 많은 주제는 한 사람이 진리를 말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라는 문장이 페미니즘을 일컫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편견과 차별이 여전히 지속되는 오늘에 읽어도 따끔거리긴 매한가지다.

 

23쪽

 

남성 우월주의가 낳은 가부장제가 당연한 시대에 여성 편견과 차별에 대한 강연에서 그는 대학의 훌륭한 건축물을 기념하는 오찬 자리에서 그는 대학 요리사의 훌륭한 음식에 대한 언급은 하찮은 것이라 치부하는 남성 소설가를 살짝 비꼬며, 여성 작가로서 관례를 거부한다. 하찮은 게 아니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실감 나게 묘사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 것, 그저 자기 자신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면서 교수, 신문사 사장, 편집장, 외무장관, 판사, 크리켓 선수, 승마, 요트 소유자,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기업가 등 모든 사회적 위치에 남성들이 있으며 심지어 여성에 관한 책도 남성이 쓰는 시대에서 남성이 우월감을 느끼는 방법은 타인은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믿는 것이며 그렇게 반대편 열등한 존재로 여성을 인식하는 남성들을 힐난한다. 그러면서 100년 후에는 보호받는 여성의 지위를 벗고 당당해질 것이라 선언한다. 그렇게 100년이 가까운 지금, 여성은 더 이상 보호받지 않는가, 를 자문하게 한다.

 

84쪽

 

"여성은 세상 어느 곳에나 존재하지만 역사에는 배제되어 있다." 93쪽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유명 극작가의 작품 속 여성은 남성만큼 위대하거나 더 위대했지만 실상 현실은 감금 당하고, 구타당하고, 방안 여기저기로 내팽개쳐지는 존재로 그저 남성의 소유물이라고 고발한다. 이런 일들은 여성 자신의 의지가 아닌 부모가 강제로 벌어진다는 점 또한 개탄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작품 안에서 무궁한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는 셰익스피어의 글을 동경하는 듯하다. 남성 작가로 대변되는 그를 조롱했던 건 아니었나? 내가 그녀의 의중을 이해하는데 한참 모자라는 깜냥인 탓이겠지만 내용은 어렵고 가득한 은유와 비유는 문장을 느리게 여러 번 읽어도 쉽게 넘기지 못했다.

 

116쪽

 

"나는 '클로이는 올리비아를 좋아했다.'라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그러자 얼마나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클로이가 올리비아를 좋아한 것은 아마 문학 역사상 처음일 것입니다." 164쪽

 

대학 도서관에서 여성이란 이유로 입장을 거부 당한 후 그는 영국 문학의 시간을 거스른다. 책장 속에 여성 작가의 작품이 있는가, 있다손 치더라도 소설을 벗어날 수 있는가, 에 대한 한탄이며 메리 카마이클의 <생의 모험>을 통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고 남성의 시선을 벗어나 성을 의식하지 않는 시도와 성과를 칭찬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좀 더 과감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구현하게 하려면 오롯이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과 년 500파운드의 경제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22쪽

 

이 책은 그가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등 여성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들은 너른 상상력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조용하고 쾌적한 독립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남성들의 편견을 피해 덮고 숨겨가며 간신히 써야만 하는 공동 거실이어야 했음을 상기하며, 여성들은 스스로 지닌 뛰어난 재능이 있음에도 빛을 내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스스로 자각하고 분연히 일어나, 라는 여성 계몽이자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안타까운 건 정확히 94년이 흐른 지금도 이 책이 그렇게 읽힌다는 거다. 여성차별과 편견은 현재 진행형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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