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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낭독리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 - 가장 예쁜 마음을 가장 예쁘게 담아서 당신에게

by 두목의진심 2021.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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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가슴이 몽글몽글 해지는 지기는 오랜만이다. 신림과 모란을 몇 번이나 오가는 동안 마지막 지하철이라는 방송이 듣고 나서야 헤어질 수 있었던 20년이 훌쩍 지난 기억이 새록 살아난다. 이미 죽어 없어진 연애 세포를 각성시키는 듯하다.

잊고 살았다. 아내의 다정함을. 연애를 시작하고 사람 많기로 소문난 도심 한복판의 놀이공원에서 손에 땀이 차도 내 손을 놓지 않고, 더위를 먹고 기진맥진한 내게 음료를 닦아 건네주고, 최선을 다하지만 언제나 중간밖에 도달하지 못하는 횡단보도를 나보다 한걸음 뒤에 건너고 휠체어에 앉은 내 눈을 맞추려 무릎을 굽혔던 아내의 다정함을 잊고 살았다니 참 미안해진다.





얼굴은커녕 그동안 작가의 글을 접해보지 못했는데 섣불리 여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괜히 여리다고 하고 싶었다. 단단하고 강한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이유가 나이가 들어서도 '울었다'라고 하는데 그건 마음이 힘들 땐 어른도 운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작가의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단단해도, 강해도, 어른이 돼도 그러고 싶을 땐 그냥 울어도 되지 않을까? 어른도 사람이니까. 감정이 힘들면 진짜 그래도 된다.

다르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단상을 읽고 소름이 돋았다. 장애에 대해 '다름'을 설명하느라 애쓰던 시간이 짧게 스쳤다. 사람들은 다름에 대해 편견과 차별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만지작거리는데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걱정'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할 줄 몰라서 겪게 되는 불안한 감정들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랑 이야기에 달달함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일 테지. 읽다 보면 달달하다는 기분을 넘어 꿀 한입 가득 물었을 때처럼 독한 단맛에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어야 하는 사랑 언어도 넘쳐난다. 그래서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게 하고, 또 수십 년 곁에서 흔들리는 나를 지킬 수 있도록 힘이 돼주는 친구를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일상에 스치는 다양한 감정들을 공감하고 공유하게 한다.





"아무 이유 없이 바라보다가 좋아 죽을 듯이 미소를 지었지. 156쪽



인연의 소중함이야 말해 뭣하랴 싶지만 그래도 소중한 것이 어느새 소중한 게 아닐 수 있고, 데면데면하다고 여겼는데 가슴으로 훅하고 들어오는 인연일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풀어 놓으며 작가 나름의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조금은 더 괜찮아질 수 있게 만든다.





"삶에 달라진 건 내 사람이 하나 생긴 것뿐인데. 그게 삶을 설렘으로 흔들고 온 세상을 무지갯빛으로 만들어요." 226쪽



이 책은 사랑, 우정, 관계,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따뜻한 위로를 담았다. 그리고 살면서 조금은 일상에 지쳤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내 삶을 나 혼자만 신경 쓰고 걱정하느라 불안해하지 말자"라는 작가의 조언처럼 조금은 편해져도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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