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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낭독리뷰] 있는 그대로 눈부신 너에게 - 당신은 소중하다. 당신이라서 소중하다.

by 두목의진심 2021.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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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 필명이 뭔가 이번 생에 못한 게 많은 사람이려니 싶었다. 작사가, 그것도 초딩시절 아들이 귀에 딱지에 앉을 만큼 불러 젖히던 그 노래를 썼다니 흥미가 생겼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꼬맹이들에게 사랑을 떼창하게 만들 정돈지 내심 부럽기도 하고 그래서 읽었다.


"가슴에 뜨근한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것은 여전히 놀라운 일입니다."


프롤로그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유독 눈에 훅 들어온 문장이 가슴을 어찌나 방망이질을 해대는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하모니카 두 개를 주문해 버렸다. 어제 TV를 보며 중얼거리듯 "나도 하모니카는 배워 보고 싶기는 해"라던 아내의 무심한 얼굴을 보였다. 늘 부부간에 취미는 같이 하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문장이 잡아 끈다.


왤까? 문장의 깊이를 헤아리는 법을 배운 적도 없는 내가 그의 글에서 '참 고급 지다'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사랑이나 그리움이나 기다림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그렇듯 아프고 먹먹할진대 이상하게 고급 졌다. 아픈데 아프다고 말은 안 하지만 아픈 걸 알아줬으면 하고 바라는 그의 언어는 그렇게 조용하고 느릿하고 묵직하게 내 가슴을 채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던 만나던 사람과 헤어지던 계절은 익숙하게 돌아오지만 사실 매번 새로운 계절이었다. 누군가와 설렘을 나누는 일은 매일도 새롭고 계절도 새로운 것으로 빛나게 만드는 기적 같은 일임을 그때도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을 아내는 알까. 20년이 넘어도 우린 늘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었다는 걸 생면부지 작가 덕에 깨닫는다.

 


작가는 알았을까? 호기롭게 글을 팔아먹고 살자 했을 때 닥쳐올 비루함을 그리고 시간이 지나 차가운 피부를 더 차가운 물로 씻어 내고 가스버너에 라면을 끓이던 순간을 회상하게 될 것을. 그리고 그런 그의 글에 누군가는 저지를 용기 따위도 없어 시작도 못해 이토록 숨통이 메일지, 그는 알았을까.


"행복을 위한다는 말로 불행을 껴안은 낙오자였다." 140쪽


반지하 방의 곰팡이와 짠 내 나는 그의 인생에서 그의 불행은 돈이었을까, 글이었을까를 생각하는 사이 그의 가슴이 쿡쿡 쑤셔 대는 통에 애먼 엄마에게 비수를 꽂았다는 고백에 그렁해진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게 그에게는 불행하지 않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이 내 인생과 닮아 먹먹하다. 결국 우리에겐 생존이 삶일지도.

 


이제 얇아진 책장 끝에서 터져버린 감정에 힘겹다. "돌아보면, 내가 나였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라니. 도대체 나는 그때가 언제인지, 였을지 당최 알 수가 없어 나 역시 모란을 서성인다. 어쩌면 오랜 시간 모란을 서성였을 작가와 스쳤을지도 모르겠다. 또 그의 마음처럼 대부분 사진은 어둡고 텅 비어있다. 그리고 흐릿하게 몽환을 불러와 줄 곳 장마가 머리 위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몸을 무겁고 축축하게 만드는 절절함을 뿌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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