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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우나의 고장난 시간

by 두목의진심 2021.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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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눈 떠보니 51살이 된 여자의 이야기. 갑작스러운 신체의 변화에 더해 낯선 가이드, 그것도 한참 어린 남자에다 자신보다 팽팽한 엄마의 방문에 혼란스러운 우나를 보면서 기이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1년에 한 번씩 시간을 오가는 시간 여행자라면 그것도 판타스틱하지 않을까 싶었다. 눈 떠보니 다시 10대의 정점에 서있을지 모르지 않은가.


"어느 누구도 운명을 가지고 장난치면 못 쓰는 거야." 85쪽


그러다 리프 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의 혼란도 짐작되기도 하고 또 그녀가 어릴 때나, 돈 많은 중년으로 돌아온 때나 어쨌든 세상에서 그녀는 관심 밖에 있을 뿐이라는 서글픈 사실이 현타로 느껴지기도 했다.

 


1991년, 27살의 우나의 리프는 집중되지 않았다. 뭐 몇 해는 그러기도 했지만. 본인 역시 갑작스럽게 젊음을 되찾아 욕망 덩어리가 됐다손 치더라도 불안하기보다 부러 불안정해지려는 우나의 1년은 다소 기이하게 느껴져 불편했다.


타임리프가 반복되면서 그것도 단기 알바처럼 1년짜리 인생을 살아야 하고 심지어 리프 되기 전의 자신에게 힌트를 얻어야지만 삶의 속도가 빨라지는 인생에서 부득이한 실수는 어쩌면 아주 당연할지 모른다. 게다가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매번 반복되는 되는 시간이라면 충분히 되돌리는 게 가능하다는 게 매력적일지 모른다. 실제로 우나도 시도하기는 하지만 뜻대로 안 되긴 하지만 여하튼 뻔히 과거를 알고 시작하는 인생은 자로 잰 듯 각 잡고 멋지게 살아볼 수 있을 테니까. 한데 메들린의 말이 진짜 인생이지 않겠는가. 실수를 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삶, 그게 인생이라는 걸 다시 배운다.

 


켄지 말처럼 "삶이 시간이 아니 순서가 뒤죽박죽된다는 것"이 좋은 것일 수 있을까? 매번 새로운 인생으로 리셋되는 경험이? 물론 우나처럼 구글이나 애플의 주식 정보처럼 미래의 정보를 과거로 가져간다는 건 판타스틱 하긴 하겠지만(로또의 1등은 그냥 나로 정해지지 않겠나!) 운명이 정해 놓은 끔찍한 경험을 반복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반복하는 것도 분명 못할 짓이다.


그럼에도 뭐 어차피 인생 내 맘대로 안 되는 건 매한가지일 테지만. 돌아갈 수 있다면 슬의생 5총사처럼 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고 인류를 위해 뭔가 공헌하거나 하는 좀 근사한 인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 책이 더 흥미로웠던 건 그동안 접했던 타임 리프와 다르다는 건데 익숙해지면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로 가거나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소멸되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과거를 바꾸고 싶어도 운명대로 흘러가는 게 독특하고 미래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과거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야 하는 일들은 "시간 여행은 언제나 흥미지만 삶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이라는 짜릿한 메시지를 담는다. 오늘 하루 행복해져랏!


우나의 시간 여행을 따라다니며 틈틈이 그녀의 감정을 더 진하게 우려내주는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듣는 재미다. 그리고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어쩌면 어쩌면 우나보다 내가 먼저 좋아했을지 모른다. 암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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