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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낭독리뷰]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 - ADHD, 아스퍼거 등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를 위한 부모 가이드

by 두목의진심 2021.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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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양육활동가이자 작가로 발달장애인인 자신의 아이와 보다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부모들과 함께 틸트 페어런팅(TiLT Parenting)을 설립,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실천적 양육법을 전파하는 데보라 레버의 양육 에세이다.

 

장애인복지관에 있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다른' 아이가 많다 보니 그렇지 않은 아이가 되려 '다른' 아이가 된다. 이 책은 이처럼 다른 것에 대한 기준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언제쯤이면 타인에게 우리 아이가 다르다고 설명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까 싶다. 깊은 한숨부터 내뱉고 읽게 된다.

 

옮긴이의 말이 책 말미가 아닌 서두에 있는 이유를 알만하다. 어쩜 이리 조목조목 옳은 말만 하는지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두뇌 회로가 다른' 아이를 양육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과 중 어쩌면 내 삶에 적은 부분을 스치는 정도로 그런 아이들을 매일 만나고 때때로 곤혹스러워할 뿐이다. 어떤 말과 회유로도 멈추지 않고 사무실을 뛰어다니고 나가려 하지 않거나, 휠체어를 막아 선채 이것저것 만지고 비켜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럴 때 더 곤란한 건 용변을 참을 수 없을 때도 아이는 절대 비켜주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과의 생활은 솔직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아이들의 세계가 있고 어떻게든 우리와 연결되려는 움직임들이 있으며 더군다나 이 아이들은 너무 잘 웃어준다. 그래서 소개되는 '틸트 페어런팅(내 아이에게로 각도를 기울인 교육)'이 흥미롭고 기대됐다.

 

진단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물어야 한다. 7쪽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장애를 '진단'에 규정하는 한국의 시스템을 생각했다. 일주일에 3~4일을 투석하느라 일상생활은커녕 걷기조차 어려운 신장장애인은 직립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기 어렵고 '장애가 심한(중증)'으로 분류되기 어려워 경제적 지원도 제외되기 일쑤다. 그래서 저자가 언급하는 '진단'의 의미는 장애의 유무를 가르는 기준일 뿐, '그래서 뭐? 어떻게 해야 해?'라는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지적에 공감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서글프게 들리기도 했던 말은 "이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라는 것이다. 분명 그는 그렇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가져온 포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기도 해서다.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임이 분명하다. 어쩌면 저자가 받았다는 "그저 불평불만을 쏟아 내는 일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적의가 담긴 메시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런 '두뇌회로 다른' 아이들의 삶과 그들을 양육하는 부모들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정해 버리는 '용납'의 문제를 다 함께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왜 가족은 되는데 사회는 안 되는가? 게다가 이렇게 덧붙이고도 싶다. "니들이 가족 돌봄을 아러?", "'내 아이만 아니면 되지, 알게 뭐야!'라는 태도는 진심 옳은가?"라는 묻고 싶기도 하다. 이런 문제는 사회가 획일회 시켜놓은 '전형적 기준' 다시 말하면 '정상성'이 마들어 내는 분리와 배제의 문제라고 확신한다.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아이의 장애 그러니까 다름을 인정하면 되는 것을! 저자가 겪은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는 어떤 유형의 다름이 존재하는 사람을 '정상'에 끼워 맞춰 고치거나 극복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자신의 아이가 자폐가 있음을 알지만 그동한 경험하지 못한 행동이 발견되면 무슨 '문제'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정상이냐 아니면 고쳐야 하느냐를 고민한다고 고백하는 내용에는 가슴이 먹먹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파트 2에서는 이런 두뇌회로가 다른 아이들을 위한 18가지의 양육 방법인 틸트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부모의 관념이 아이의 양육을 방해할 수 있으며 심지어 해로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처음부터 모르는 상태에서 질문하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아이에게 알맞은 양육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적용해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가이드를 제공한다. 물론 모든 양육법이 같지 않음은 당연하고.

 

한편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않고 위로한답시고 무심코 건네는 말이 그들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하는데, 알고 보면 우리가 너무 자주 하는 영혼 없는 위로였음을 반성하게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틸트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맞춰져 기울어진 것이다. 18개의 프로그램 모두 주목할만 하지만 개인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16번째 <현재를 드러내고 살아가자>는 우리 아이들이 현재의 시간에서 온전히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에 아이의 손을 잡고 공원으로 미술관으로 박물관 심지어 사람 많은 핫플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새로운 감각들을 만들어 주려 노력한다는 어느 엄마가 떠올라 뭉클하기도 했다.

 

이 책은 발달장애와 관련해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많은 부분 익숙한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들에 조금은 더 진심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두뇌회로가 다른' 아이 혹은 성인을 양육하는 가족들에게 무조건적 배려나 시혜의 시선으로 안쓰러움을 담아 그들만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일은 이제 그만 되어야 하고, 돌봄은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만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걸 분명하게 제시한다.

 

책을 통째로 밑줄을 그어야 할 만큼 모두가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 두껍고 취향적인 책이 소설처럼 빠져들게 만들어 준 번역가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를 통해 한국에서도 두뇌회로가 다른 아이들의 세계가 한 뼘은 넓어 질지도 모르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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