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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낭독리뷰] 울지마 인턴

by 두목의진심 2021.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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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감 넘치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드라마 낭만 닥터처럼 어수선하면서도 긴장감 속에 치열함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그들의 삶과 고충을 잠시나마 이해하게 된다. 의사 역시 직업이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사명감을 요구하는 건 맞는 일일까 생각해 본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계급처럼 낙인화되어버린 언어가 눈에 꽂혔다. 독거노인의 생존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결국 사회적 비용 외엔 상관없지 않은가?라는 게 현실이라고 말하는데서 공공 시스템의 문제가 수술장 공기처럼 시리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 역시 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수급자야?"라며 사람이 아닌 등급을 살피는 일이 떠올라 뜨끔했다.





그리고 고령의 독거노인 거기다 알코올성 간경화에 초기 치매고 과거 알코올 중독으로 가족과 갈등으로 아무도 돌봄을 하지 않는 상태라면 생존을 연장할 수 있는 수술보다 고통을 덜고 서서히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완화치료가 합당하다는 평가의 기준이 '행복'이라는 이야기에 생각이 많아진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이 전제되는 수술이라야 의미가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섣불리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꼭 행복해져야만 살 가치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만약 같은 조건이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 돈이 많은 독거노인이었다 해도 행복의 대상자를 찾으려 했을까? 인간의 가치가 사회적 비용으로 정도로 값이 메겨지는 것 같아 맥이 풀렸다.


류지가 돌봄과 의료에서조차 소외되는 노인이나 동갑내기 환자의 사망선고를 해야 하는 일에서 그리고 5살 밖에 안된 소년의 사투를 지켜보는 일들에서 서툰 자신의 실력에 때론 좌절하기도 하지만 점점 성장해가는 그의 모습에 따뜻한 의사가 되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류지의 일상에 잡힐 듯 말 듯 한 로맨스도 달달했으면 싶다.





이 책은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던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실력과 친절함을 갖춘 의사가 되고 싶은 1년 차 인턴의 파란만장 의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한데 이미 화려한 경력을 지닌 저자 자신의 햇병아리 시절의 에세인지 아니면 그 시절을 모티프로 한 소설인지 헛갈릴 정도로 몰입도가 높다. 참 괜찮은 슬기로운 인턴생활이 아닌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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