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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낭독리뷰] 시드 마이어 : 컴퓨터 게임과 함께한 인생

by 두목의진심 2021.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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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터넷 게임을 하지 않는다. 핸드폰 게임도 마찬가지다. 과거 한 15년 전쯤에는 콘솔 게임인 엑스박스를 잠시 했다. 그것도 다양한 게임이 아니라 위닝 11 정도만 하는 정도였다. 아, 그보다 좀 더 전에 스타크래프트를 잠시 하기도 했군! 불을 내뿜는 마린이란!


게임은 그다지 내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면서 거의 매일 밤 철야를 해야 할 때 시간 때우기 정도였고, 애니메이션 업계를 때려치운 백수의 시기에 무료함을 달래준 게 위닝 11 정도였다. 난 가만히 엉덩이 붙이고 혼자 키보드나 조이스틱을 두드리는 것보다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걸 즐겼다. 다치고 전혀 활동적이지 못하게 된 지금은 밖에서 배회하는 걸 극도로 꺼리기는 하지만 게임보다는 책 읽는 것이 백만 스물 한배 정도는 좋다. 그래서 게임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 세계 사람들의 시간을 10억 시간을 홀린 게임인 <문명> 개발자의 삶이 궁금했다. 물론 문명이 어떤 게임인지 알 턱이 없지만 게임처럼 창의적이고 판타지할지 매우 궁금했다.


역시나 초창기 시절의 저자와 파트너 빌의 쿵짝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음… 그의 '극도로 논리적인 특성'이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그래서 컴퓨터 공학으로 전과까지 결정하고 프로그래밍의 매력에 빠졌다는 말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과거 멘붕에 빠지게 만들었던 코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1991년, 공식적으로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고 제일 먼저 당면한 숙제는 다름 아닌 '밥통'을 찾는 거였다. 잘 움직거리지 않는 사지로는 체대를 나와도 육체노동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게 뻔했다. 어쩔 수 없이 정신노동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당시 뜨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들어는 봤나? XT, AT 286 컴퓨터?


베이직, 포트란, 코볼, 씨뿔뿔로 이어지는 프로그래밍은 내게 모욕감을 줬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극도의 논리적 사고는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성격이던 나와는 거리가 멀었고 흥미를 지속하기엔 한계가 뻔히 보였다. 그나마 남들 2년씩 걸린다는 자격증을 8개월 만에 따냈지만 그만큼 머리숱을 내줘야 했다.


대회였던지, 과제였던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소록에 이어 가계부를 만들다 결국 그래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분명히 해두지만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다. 진짜다. 어쨌거나 그때의 선택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로 봐서는 신의 한 수였음이리라.


암튼 그의 개발자로서의 초기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추억을 소환할 정도로 빨려 들었다. 게다가 개발한 초기 게임들을 소개하면서 보이는 게임에 대한 진심은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의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총질을 해대는 내 아들의 진심과 어떤 면에서는 일맥상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녀석을 그냥 내버려 둬야 하나 싶은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다. 아들 녀석은 프로게이머가 될 거니 게임을 많이 해야 한다는 주의다. 반면 난 녀석의 호적을 파버릴 생각을 자주 한다.





그는 모방 프로그래밍으로 게임을 베끼던 자신의 치부를 드러냄과 동시에 저작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복제품의 문제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증번호 입력이나 그림 맞추기 같은 아이디어를 동원해야 했던 경험들은 당시의 보안 수준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반면에 데모 버전의 중요성은 유저의 승리를 맛보게 하는 역할이라는 점이 인간 심리와 관계로 연결된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





이 책은 게임이라고 불리기도 애매한 상태의 프로그램 놀이에서 컴퓨터의 성능 향상을 타고 점차 변화하는 게임의 역사를 그이 인생과 함께 한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심시티나 페르시아 왕자라는 게임이 생각나기도 했다. 또한 이런 게임 발전에 그의 열정과 진심뿐만 아니라 게임 속 이스터에그를 통한 그들의 유쾌함, 요즘으로 치면 길드인 유저들 스스로 구성한 커뮤니티의 활약상이 더해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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