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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32

[소설] 우나의 고장난 시간 19살. 눈 떠보니 51살이 된 여자의 이야기. 갑작스러운 신체의 변화에 더해 낯선 가이드, 그것도 한참 어린 남자에다 자신보다 팽팽한 엄마의 방문에 혼란스러운 우나를 보면서 기이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1년에 한 번씩 시간을 오가는 시간 여행자라면 그것도 판타스틱하지 않을까 싶었다. 눈 떠보니 다시 10대의 정점에 서있을지 모르지 않은가. "어느 누구도 운명을 가지고 장난치면 못 쓰는 거야." 85쪽 그러다 리프 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의 혼란도 짐작되기도 하고 또 그녀가 어릴 때나, 돈 많은 중년으로 돌아온 때나 어쨌든 세상에서 그녀는 관심 밖에 있을 뿐이라는 서글픈 사실이 현타로 느껴지기도 했다. 1991년, 27살의 우나의 리프는 집중되지 않았다. 뭐 몇 해는 그러기도 했지만. 본인 .. 2021. 7. 2.
[소설/낭독리뷰] 절대 말하지 않을 것 '가족 심리 스릴러'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맥알리스터 가족이 운영하는 유명 캠프의 비밀 해변에서 소녀가 죽었다. 사건은 미제로 분류되어 덮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어느 날, 아버지의 유언장에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솟아오르고 아만다와 맥알리스터 남매들 사이의 비밀은 비밀 해변을 중심으로 서로 견고하게 얽혀드는 느낌이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아만다의 사건 일지를 유심히 시간순으로 퍼즐처럼 맞춰 나가게 된다. 1부가 끝나자 션의 행동이 유의미하게 이상했다. 왜 종이를 잘게 찢었을까? 왜 마지막이 돼서야 무죄일까? 그거 진짜 무죄였을까? 그렇다면 그건 누구였을까? 멈출 수 없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이 아니라 이 남매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삐꺽거림이 사건을 추리하는 쾌감을 더한다. 게다가.. 2021. 3. 22.
[문학/소설] 양과 강철의 숲 "아무것도 하지 못 해서 오히려 기뻤다." 양과 강철 거기에 숲이라니 이질감 잔뜩 묻어나는 단어의 조합이라니 제목을 보는 순간 뭔지 모르게 흥미로움이 느껴졌다. 거기에 표지도 왠지 신비스럽다고 해야 할까. 을 읽었다. 아니 들었다가 맞을까? 피아노 아니 정확히 하자면 '조율'이다. 피아노가 단지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게 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저 멍한 삶을 살던 산 마을 소년 도무라의 인생을 바꾼 계기는 다름 아닌 이타 도리의 조율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숲의 소리. 다독을 시작한 이래로 소름 돋는 몇 권의 책이 있었다. 아마 도 그런 책 중에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 시작은 조그만 상자 안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답답하고 어둡지만 왠지 포근함이 느껴지는 좁은 공간.. 2016. 12. 7.
[문학/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 호기심 가득한 제목의 소설이다. 이라니. 누구나 사실 죽고 싶다거나 죽이고 싶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요즘임에도 제목에는 주는 묘한 자극이 있다. '죽어 마땅함'과 '죽여 마땅함'의 차이. 능동적으로 상대를 판결하고 살인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베여있다. 아무튼 이 책은 스릴러나 추리 소설 속의 사이코 패스적 살인마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느슨하고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두 여자의 삶 속에 다양한 남자를 끌어들여 살인은 정당화하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가는 힘이 있다. 말 그대로 흠뻑 빠져들진 않지만 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다는 얘기다.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게 뭔가요." 릴리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이 말에 동조하는 테드. 이 둘의 만.. 2016. 8. 24.
[문학/소설] 풀꽃도 꽃이다 는 결코 쉽게 편하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대하소설 속 이념이나 정치적 느낌과는 많이 다른 하지만 그 속에 작가의 고집스러운 생각들은 담긴 이야기. 이 책은 소설이라 말하고 르포(사회고발)라 읽는다. 소설 속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실명을 거론하며 작가의 사견을 인물들의 입을 통해 대변하고 있다. 그만큼 비판적이고 통렬하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오류는 두고두고 대대손손 잘잘못을 따져야 할 정도로 많은 한심스러운 일들을 벌렸다는 게 새삼 공감되기도 한다. 작가는 하나의 조그만 사회라 일컬어지는 교실 속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끌고 나온다. 알지만 묵과하던 이야기, 그 작은 교실에서 벌어지고 자행되고 있는 위험한 일들을.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곪을 대로 곪아 냄새가 견딜 수 .. 2016. 8. 11.
[문학/소설] 정보원 전 세계에서 이념으로 분단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더구나 요즘 북한의 시도 때도 없는 도발을 지켜만 보는 입장에서는 사실상 국민들이 갖는 불안감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남북이 대치되고 있는 현실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우린 종전이 아닌 휴전 상황인데 말이다. 이런 현실적 상황을 빌미로 미국을 등에 업은 정권은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지만 말이다. 이런 남북의 이념을 토대로 한 소설이 이다. 이념의 이데올로기를 지나는 중심에 두 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시대의 비극과 아픔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경북 출신이지만 사상운동을 시작으로 혁명군으로 가담한 후 전쟁 중 월북을 선택한 남자 정사용. 그가 남파 간첩으로 남한으로 내려온 후 전향한 정사용의 사인을 추.. 2016.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