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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풀꽃도 꽃이다

by 두목의진심 2016.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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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는 결코 쉽게 편하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대하소설 속 이념이나 정치적 느낌과는 많이 다른 하지만 그 속에 작가의 고집스러운 생각들은 담긴 이야기. 이 책은 소설이라 말하고 르포(사회고발)라 읽는다. 소설 속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실명을 거론하며 작가의 사견을 인물들의 입을 통해 대변하고 있다. 그만큼 비판적이고 통렬하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오류는 두고두고 대대손손 잘잘못을 따져야 할 정도로 많은 한심스러운 일들을 벌렸다는 게 새삼 공감되기도 한다.

작가는 하나의 조그만 사회라 일컬어지는 교실 속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끌고 나온다. 알지만 묵과하던 이야기, 그 작은 교실에서 벌어지고 자행되고 있는 위험한 일들을.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곪을 대로 곪아 냄새가 견딜 수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하는 듯한 작가의 시선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프고 부끄러움을 동반하면서 빛의 속도로  반성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사는 어른들은 봐야 할 정도로 폭넓은 사회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책장을 덮은 지금,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너무 아이들의 일에 무심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이런 세태를 만든 어른들의 세상이 한심스럽다. 계속 아이들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대학물먹은 엄마들의 작태' 라니.

이 책은 충격 그 자체다. 1권에서 그려지는 아이들의 학폭이나 교육 전반에 걸쳐진 이야기는 솔직히 놀랍다. 내가 내 아이 이외의 일에 무관심했나 싶었고 오래전 딸아이가 겪었던 '은따' 에 대한 일이 떠오르기도 해서 마음이 더 아팠다. 그렇게 마음고생으로 눈물을 찍어내는 딸아이에게 '그런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 고 했었다. 그리고 '무시하고 다른 아이들과 친해지면 되지 않겠냐'는 무심한 말을 내뱉었던 일이 아이에게 되려 상처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어 너무 미안했다. TV에 정신이 팔린 딸아이의 얼굴을 몰래 훔쳐 보다 울컥해진다. 다행히 그런 일들을 잘 이겨내고 지금은 잘 지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으니 그 또한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이 무겁다. 내용 속 아이들처럼 고민이나 속내를 아빠에게 말하지 않고 있을까. 예전 그런 일을 겪고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아빠라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몰려있는 또 하나의 사회인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마음 무겁다. 한해 8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자살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는 끔찍하다. 내 아이의 일이 아니라고 치부해 버리고 무관심하기에는 너무 무서운 이야기다.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 문제 학교, 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다." 46

알지만 모른체하고 슥 지나가는 일이 아닐까. 최소한 학령기의 아이들이 있는 부모에게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미명 하에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하다 보니 알면서 모른체하는 일이다. '내 아이만 무사하면 되지'라는. 가슴 아리는 일이며 말이다. 작가는 이런 교육적 총체적 난국을 공교육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로 지적하며 가정, 학교, 정부의 총체적 문제라고 이야기하며 제도 전반에 걸쳐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미친 사교육 현장을 만들어낸 전직 대통령들의 우둔한 생각을 꼬집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내 아이만 잘하면 돼'라는 무한 경쟁 속으로 내몰린 아이들은 학폭을 통해 경제적 부와 일진으로 대변되는 힘과 직결된 서열과 계급을 정하고 나아가 경제력과 폭력을 배운다.

또 놀라웠던 이야기는 '자발적 문화 식민지 이야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지없이 부끄러운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다.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온갖 매스컴에서는 떠들지만 결국 영어 광풍이 휘몰아치는 대한민국은 영어 식민지를 넘어 미국의 문화 식민지가 아닌가. 자기 나라의 역사와 언어 시간을 줄이고 다른 나라 언어를 늘려가며 대한민국의 얼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선전하는 나라. 대통령이 나서서 자신의 역사와 국어 보다 영어가 우선이라고 조기 교육을 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나라. 그러면서 한편으로 사교육이 도가 지나치다고 말하는 나라. 나아가 다른 생각은 필요 없다고 교과서를 하나로 퉁치는 나라. 이 얼마나 부끄럽고 민망한 일인지. 온갖 모든 것에 경쟁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게 진리인 것처럼 떠드는 나라. 예능에서조차 그냥 밥을 먹는 게 아니라 경쟁을 해야 하고 이기기 위해선 비열한 반칙이나 온갖 추잡한 방법을 동원해도 먹기만 하면 하면 되며 당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면 되는 그런 나라. 그걸 보면서 함께 웃는 나라.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깨달음과 아주 많은 부끄러움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분위기에서도 작가는 강교진과 이소정 선생을 통해 미약하나마 희망을 이야기하려 노력한다. SKY 대학이 인생의 종착역인 양 명문대만 들어가면 술술 풀리게 되어 있다는 엄마들의 잘못된 인식을 아이들의 꿈을 찾고 부모는 아이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제도화되고 획일화된 공교육만이 전부는 아니며 대안학교나 혁신학교의 자기 주도 방식의 교육이 해법이 될 수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교육은 부모가 아닌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갖가지 자극적이고 생각해 볼 '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여자가 청소를 깨끗하게 하지 않고 집 안을 지저분하게 해놓고 사는 것은, 나는 마음도 행동거지도 이렇게 지저분합니다 하고 남들에게 내보이는 거야. (2권 97쪽)" 라고 말하는 이소정 선생의 이야기 속에 '여성의 비하' 적인 내용이 있었고 대안학교나 혁신학교가 사교육을 피해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이상향 어디쯤처럼 표현된 건 아쉽다. 어쨌거나 묵직하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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