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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

by 두목의진심 2016.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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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이라는, 달콤한 스물아홉 살의 성장 로맨스라는 띠지의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소설, <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빨간 머리 앤>과 많이 닮았다. 앤과 밸런시가 자신의 인생을 향해 성장해 가는 무대가 섬이고 그녀들은 사실 어두운 과거를 지녔지만, 앤은 빨간 머리와 주근깨로 밸런시는 치켜 올라 간 눈꼬리와 이쁘지 않다는 이유로 놀림당하며 자존감이 떨어져 있지만 사실은 무한 긍정의 성격이 탑재되어 있는 너무 밝은 소녀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녀들은 조용히 지켜봐 주는 멋진 남자가 존재한다. ^^

사실 소설 속 주인공인 도스, 밸런시의 가족사를 읽다 보니 속이 터진다. 집안 친인척들이 한마을에 모여 살면서 집안 식구들의 특히 밸런시의 거의 모든 것을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태도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상이 안된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밸런시 스스로의 자존감은 땅에 처박힌지 오래고 집안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그녀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으리라 짐작이 되니 읽으면서도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다.

가족들의 무시와 비난, 열등적 대우도 모자라 사촌 동생 엘리스와의 터무니없을뿐더러 끊임없는 비교로 자존감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밸런시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과거 일에 대한 회상하는 내용은 측은지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추억할 과거가 없다는 건 미래가 없는 것보다 더 슬프다"며 체념하는 그녀를 보니 마음 아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본연의 자아를 찾고 짧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가려는 그녀의 행보가 덩달아 신난다. 특히 어머니나 집안사람들에게 소소한 복수(?)를 하는 벨런시가 깜찍하기까지 하다. 모래성이 뭐라고 그 작은 모래성을 갖는 게 소원이라니 말이 되는가.

"살다 보면 어떤 것은 서서히 알게 되고 어떤 것은 번개처럼 번쩍 깨닫게 된다."

정말 멋진 말이 아닌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1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를 알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속박에서 벗어나려 하고 그리고 갑자기 번쩍이며 사랑하게 됨을 알게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알 수 없지만 환상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번쩍이며 갑자기 찾아온 밸런시의 가슴 설레는 사랑이 너무 기분 좋다.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없었던 것이" 밸런시가 생의 전환점이 되는, 살아볼 만한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내가 밸런시가 된 것처럼 흥분된다. 아마도 '미스타위스'의 밸런시의 블루 캐슬은 말 그대로 환상의 성일 것이다. 상상만 해도 아름다움이 뚝뚝 떨어지는 노을이 걸려있고 그 노을 뒤로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버니가 있으므로. 그러함으로 그녀의 추억은 지워지고 오직 현재만 남는다. 그래서 좋다. 결말에 등장하는 밸런시와 버니의 반전은 또 다른 매력이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그들의 블루 캐슬 속에 영원할 거라는 생각에 아주아주 좋다. 빨간 머리 앤의 앤 셜리가 마지막에 무지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처럼 밸런시도 행복해져서 좋다. 사랑스럽다. 이 소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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