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가장 '핫'한 키워드인 "융합"이라는 의미를 기초 인문 학문에 적용시켜 EBS 강사단이 모여 <EBS 지식 탐험 링크>라는 책을 출간했다. 어떤 주제를 어떤 학문과 연결하고 합쳐서 새로운 명제를 만들어 낼지 궁금했다. 추천사를 읽는 중에 제작진이 밝힌 의미는 내용을 읽기에 앞서 실망스러운 점을 남긴다. 이런 주제에 대한 학문들의 융합이라는 의미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대입 논술에 출제될 확률이 높은 주제들로 구성했다."는 말을 굳이 밝혀야만 했을까 싶다. 결국 "대입 논술"을 낚시 미끼로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연 "수능 논술"이라는 미끼를 제작진이 던진 만큼 주제에 대한 확실성을 믿어보기로 하고 미끼를 덥썩 물었다. 제발 실망스럽지 않기를 바란다.
<EBS 지식 탐험 링크>는 총 13가지의 주제를 통해 다양한 역사, 문화, 스포츠를 아우르는 상식의 확장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니낌이 들었다. 처음 서두에 밝힌 것처럼 수능 논술에 얼마만큼 기여내지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각 주제에 대한 상식이나 비하인드 스토리을 찾을 수 있다는 즐거움은 있다. 논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문학적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정도로는 충분하다.
<파트1 음식> 편은 식욕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윤리와 사상"으로 연결되고, 계급과 권력의 상관관계에 '대구'라는 물고기가 있었다며 "세계지리"를 연결한다. 또한 메머드의 존재가 단지 음식으로 치부되는 거대한 고기였다는 이야기, 나아가 먹고 남은 잉여의 산물이 사유재산의 시작이었다는 "세계사", 음식이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닌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라고 연결 짓는 "사회문화", 쌀로 인한 국가의 계층의 문제를 연결 짓는 "한국사"로 음식이라는 주제를 인문학적 확장을 통해 말 그대로 지식 융합한다. 읽을수록 '뻑'이 간다. 지식의 조각이 만나 통찰과 사고의 확장을 가져다준달까. 더군다나 책 속에 책을 담고 있는데 주제와 밀접한 책들도 소개하고 있다.
"취업난, 결혼 기피,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젊은 세대. 그들의 억눌린 욕구가 식욕으로 분출되는 것은 아닐까? 혹은 다른 데서 오는 상실감을 음식이라는 작은 사치로 대체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CNN은 이런 현상에 대해 '외롭고 굶주린 사람들이 먹방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44쪽
"과거에 머무르거나 한계에 무릎 꿇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우리 인류야말로 영웅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100쪽
"영웅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이 실감 나게 정리된 <파트3 영웅>은 시대의 가치관에 의해서 조명되고 만들어진다는 해석에 동의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하루하루 불완전한 세상이 되고 있는 현대에는 더욱 부합되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누가 영웅인가" 혹은 "지금 우리는 누구를 영웅으로 만들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무고한 이들을 위해 싸우는 "이노센스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에도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똑같은 속도를 강요받는 무한 경쟁이라는 현실 속에서 나를 지키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먼저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나 타인의 속도가 아닌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이나 주변을 따라가지 않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131쪽. 파트4 속도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만큼 중요한 또 다른 질문은 바로 '무엇을 망각할 것인가'이다." 165쪽 파트5 기억
멜서스의 "인구론"을 통해 본 <파트7 인구>에서 유럽은 페스트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시기에 산업혁명으로 경제가 부유해지고 기술발전으로 이어졌으며, 아시아에서는 인구 폭발로 인한 기술발전이 정체되었다는 재미있는 논리를 보여주기도 하며, <파트 9 기후>는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지구 온난화의 문제를 보다 실감 나게 설명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투발루이 수도가 물에 잠기고 자국민들을 이웃 나라로 기후 난민을 보내야 하는 상황은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것이 전쟁이 아닌 기후라는 사실이 좀 놀랍기도 하다. 우리나라 역시 점점 뜨거워지는 기후 변화로 제주도 인근 바다의 수온이 상승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일깨워 주고 있다.
<파트 11 한글>은 한글에 대한 고유성이나 우수성을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중요한 용도인 "알 권리"에 대해 짚어준다. 특히 법적인 용어도 어렵지만 특히 자주 찾는 병원에서 의사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이해하기 힘들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야만 권위의 상징일까? 쉬운 용어를 선택해서 환자들이 보다 쉽게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다면 더욱 존경받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쉬운 말은 고운 말이나 바른 말 이전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언어의 가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언어는 무엇보다 '알 권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325쪽
마지막으로 <파트 13 스포츠>는 스포츠의 역사부터 비하인드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내용이 국가주의를 넘어 다문화 시대의 흐름까지 연결 짓는 통찰적 내용은 탄성을 자아낸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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