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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기초과학] 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

by 두목의진심 2016.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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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라는 과목 아니 학문이 재미가 있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 딸 역시 유일하게 사교육의 힘을 빌리는 게 수학이다. 그러다 보니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렇게 어렵고 고리타분하고 머리 복잡해지는 학문을 풀어놓은 책이라는 점이 호기심이 들었다. 이 책 <틀리지 않는 힘>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수학에 대한 그의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말을 읽는 나는 왠지 모를 명쾌함이 동반되면서 읽기 시작했다.

"수학은 우리가 틀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과학이고, 그 기법들과 관습들은 수백 년에 걸친 고된 노력과 논쟁을 통해서 밝혀진 거야. 네가 수학의 도구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 세상을 더 깊게, 더 올바르게, 더 의미 있게 이해할 수 있어."

"나는 우리가 매일 고민하는 정치, 의학, 상업, 신학적 문제들에 수학이 잔뜩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에게 보여 줌으로써 내가 방금 말한 거창한 주장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모든 문제에 수학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여러분은 다른 수단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13

아브라함 발드부터 폰 노이만의 이론까지 흥미로운 수학의 세계에 빠져들어 본다. 내용에 일직이 나는 학창 시절 수학시간에 함수나 그 속에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은 그림을 그래프나 포물선이라고 배웠던 낯익은 곡선을 이름도 생경한 "레퍼 곡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여기에 세율과 조세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적 부분에 당연히 정점에 이르는 부분이 정부와 개인에게 최적의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조세에 대한 세율이 높아지면 결국 개인은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놀랐다. 역시 그래프의 정점에 이르는 것처럼 노동 대비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면 누구라도 일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금 대비 조세가 낮게 책정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한데 레이건은 이미 오래전에 이미 이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니 이 또한 신선하다.

사실 이 책은 베고 잠을 잘 수도 없을 만큼 두꺼운 데다가 어려운 수학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어려운 내용을 저자는 보다 쉽게 독자에게 이해시키려 하고 있다.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과 이론들로 무장한 이 책을 저자가 편안한 대화체로 풀어내서 중간에 포기하고 덮어버리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수학적 증명을 통해 현대인의 비만의 문제나 대학 등록금의 상관관계 등을 설명하기도 하며, 어려운 미적분의 실용적 활용법 등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나저나 미적분의 공식이 뉴턴의 이론에 기초했다는 사실은 배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참고로 난 86년에 고등학생이었다. 나름 문제 풀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수학을 좋아했다거나 잘 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단지 수학에 관련된 공식이나 이론들을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현상에 수학을 접목해 설명하는 이 책의 기능은 뭐랄까 굳이 설명하자면 "기초 인문학 분야의 상식에 대한 확장" 이랄까. 굉장히 수학적 상식이 고급 져진 듯한 느낌이 들어 뿌듯함마저 들 정도다.

현대의 빅데이터 수집의 현상을 다룬 10장 "하느님, 거기 계세요? 저예요, 베이즈 추론"은 제목부터가 유쾌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한 번쯤 모두 꿈꿔봤을 일확천금의 행운을 다룬 11장 "우리가 복권에 당첨되리라 기대할 때 실제로 기대해야 하는 것"을 읽으며 "과연 로또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가?"에 회의감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16장의 담배와 폐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비하인드스토리의 정당성이라든지 "담배가 폐암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암이 흡연을 일으킨다는 가설"은 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는 비흡연자로 흡연은 분명 백해무익하다는 점에 한표를 던지는 걸로 마무리하고 싶다. 여기에 462쪽의 "벅슨의 오류, 혹은 왜 미남들은 하나같이 밥맛없는가?"는 흡연자들 중 남자들의 외모를 상관관계로 이용하는 이론은 깨알 같은 재미를 던진다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끝마친 지금(솔직히 읽었다기 보다 공부한 느낌이 조금 더 들긴 했다.) "이 책의 효용에 대한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과연 이 책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수학적 지식과 어떤 유용한 점을 주는가?"를 생각한다. 614쪽이나 되는 이 거대하고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책을 일주일 동안이나 뒤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끝까지 읽은 이유를 알 순 없지만 545쪽의 에필로그에 미국의 전 대통령인 루스벨트의 연설문 중 일부분을 발췌한 내용이 어렵고 힘든 여정에 대한 끝맺음에 도움이 됐다. 결국은 지식적 갈증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무조건적인 독서가 맹목적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 갈증이 감소하는 순간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물질적 성공 혹은 보상을 일단 어느 수준까지 달성했다면, 그것을 더 늘리는 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에 비해 중요성이 점점 더 떨어지게 됩니다." 루스벨트, 545쪽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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