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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TV_밑줄34

[에세이/낭독리뷰] 나는 가끔 내가 싫다가도 애틋해서 "이상하게도 막 슬프지가 않았다. 그동안 마음속에 있던 온갖 감정을 다 쏟아버렸기에 슬픔마저 메말라 버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64쪽 사랑의 열병을 앓은 적이 없어 작가의 이 사랑을 어찌할까 싶어, 읽는 내내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깊은 공감이라기보다 겉돌지만 모른 채 하기 어려운 감정이 내내 가슴을 메웠다. 작가에 글에 빠져 이렇다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책장만 넘기다 나 역시 솔직하려다 되레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에 자주 후회하는 탓에 마음이 평온하기 쉽지 않다. ​ 그런 작가의 심경을 생각하니 눈가가 그렁해졌다. 아마 더 이상 마음 여는 일이 쉽지 않을 테다. 내가 그러해서. "무언가를 잊어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다." 176쪽 애착이 담긴 .. 2021. 8. 10.
[에세이] 나는 철없는 변호사입니다 겁많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일이나 따돌림 등 유년의 기억들로 시작하는 짧은 에피소드들을 줄줄이 비엔나처럼 엮었다. 근데 이게 흥미롭게 이어지다가 서둘러 마무리를 짓는 통에 2% 부족하게 아쉽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저자의 이야기에서 알지만 또 새롭게 느끼는 건 누구에게나 '자신이 한심하고 짜증나는 인생'이라고 여기는 시기가 있겠다, 싶다. 저자의 고교 생활만큼이나 버라이어티 했던 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운동 한답시고 수업을 밥 먹듯 빼먹기도 하고 시합을 핑계로 동대문 흥인 시장을 기웃대던 그 시절. '고작' 이런 인생을 살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럴싸한' 인생을 꿈꾸거나 노력했던 것이 아니어서 쉽게 저자의 인생에 빠져 들진 못했다. 전 세계 어딜가나 잘 알지도 모르면서 타인의.. 2021. 8. 7.
[에세이/낭독리뷰]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마법의 램프를 쓰다듬으며 내는 주문 같은 제목을 지그시 보다가 문득 뭐라도 빌고 싶다는 생각을 피워 올렸다. 타이포그래피의 감각적 편집 디자인은 칭찬할만 한데 글자 크기는 애로적이었다. 불편해서 안 쓰던 안경을 다시 써야 했고 같은 문단을 반복해야 해서 읽느라 리듬도 깨졌다. 독자에 대한 배려, 좀 부족했다. 나만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숨도 쉬지 않고 속을 게워내는 것처럼, 속사포 랩을 구사하는 아웃사이더처럼 그렇게 작가는 마음을 쏟아낸다. 근데 그걸 주워 읽기만 했는데 희한하게 위로가 된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일면식도 없이 평생을 모르고 살더라도 서로를 응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눈에 가슴에 쿡 박히는 문장. "잘라 버릴 사람이 있다면, 그 주변인들도 유심히 보고 함께 걸러야 한다. 나중으로.. 2021. 8. 6.
[에세이/낭독리뷰]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 읽다 보면 그런 책이 있다. 세상 온갖 시름에 질식할 것 같은. 그럴 땐 두 가지다. 숨을 참고 작가의 아픔에서 내 아픔을 정통으로 마주하거나 그냥 조용히 덮거나. 이 책은 전자여서 읽는 내내 내가 짊어졌던 삶의 순간을 마주하게 했다. 표지의 그림에서 한 번, 프롤로그의 문장에서 또 한 번 숨을 고르게 만든다. 읽어나가면서 몇 번이나 더 그래야 할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계속 그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자신의 모습을 한 짙은 어둠을 눈까지 가린 채 끌어안고 있는 표지는 내 모습이기도 해서 멈칫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드시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걸, 욕심 때문에 나를 망가뜨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쉴 틈 없이 달려오기만 했던, 나만 뒤떨어졌다고 느끼며 낭떠러지로 몰아세우던 시간. 이제 저는 .. 2021. 8. 4.
[에세이/낭독리뷰] 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평'이라는 심야의 공간에서 글을 올린다는 이평, 이란 작가의 필명이 두 평이 아닌 게 호기심이 일었다. 공간을 세는 데는 이평보단 두 평이 익숙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정리를 좀 배워 보고 싶은데 엉뚱하게 필명 하나에 꽂혀 관계를 또 하나 늘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만큼 난 관계가 힘겹다. 첫 에피소드부터 쿨내 진동하게 직설적인 게 참 마음에 든다. 거기다 '숟가락 살인마'라니, 비밀스러운 것을 공유하는 것 마냥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기분에 괜히 으쓱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보기 좋게 관계를 망가뜨리기도 하면서 살아봐야지. 진짜 내 인생을 위해서." 21쪽 울컥한 문장 하나는, 뒤돌아 후회할 줄 뻔이 알면서 앞에서 웃는 일은 가진 에너지의 대부분을 써야 하는 일만큼.. 2021. 8. 1.
[자기계발/낭독리뷰] 서재의 마법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 지식 세대를 위한 좋은 독서, 탁월한 독서, 위대한 독서법 저자인 3명의 교육 전문가 중 누구의 말일까, '높이의 독서'라는 말이 와닿았다. 인생을 적당한 높이에서 조망하듯 바라보게 만드는 독서, 나의 높이는 얼마쯤 올랐을까? 궁금하게 만든다. 제목을 봤을 때 들었던 서재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나 갖고 싶다는 두근거림은 느낄 수 없다. 독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압박하는 교육 전문가로서의 독서론이 펼쳐진다. 깊이와 넓이 거기에 분류와 체계법에 대한 설명은 독서를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닥치는 대로 읽는 나로서는 새소리도 들리고 볕 좋은 책상에 앉아 머리에 띠 두르고 입시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 버렸다. 분위기는 감성인데 정작 내용은 이성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독을 '멋'으로 알고 심지어 재능이라 여기며 갈증에 냉수를 들이붓듯 책을 읽어 대면서도 늘 뭔가 정리되지 않.. 2021.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