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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낭독리뷰]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

by 두목의진심 2021.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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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그런 책이 있다. 세상 온갖 시름에 질식할 것 같은. 그럴 땐 두 가지다. 숨을 참고 작가의 아픔에서 내 아픔을 정통으로 마주하거나 그냥 조용히 덮거나. 이 책은 전자여서 읽는 내내 내가 짊어졌던 삶의 순간을 마주하게 했다.

 

표지의 그림에서 한 번, 프롤로그의 문장에서 또 한 번 숨을 고르게 만든다. 읽어나가면서 몇 번이나 더 그래야 할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계속 그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자신의 모습을 한 짙은 어둠을 눈까지 가린 채 끌어안고 있는 표지는 내 모습이기도 해서 멈칫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드시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걸, 욕심 때문에 나를 망가뜨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쉴 틈 없이 달려오기만 했던, 나만 뒤떨어졌다고 느끼며 낭떠러지로 몰아세우던 시간. 이제 저는 제 자신을 지키기로 합니다." 7쪽

 

이제라도 자신을 지킬 용기를 낸 것이 다행이다 싶다. 그가 삶에 한동안 열정을 불태우지 못한데도 지금 당장은 괜찮다 하고 싶다. 한데 그렇게 공감하다 말고 현실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랐다. 뭐가 되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사회라는 트랙에 올라선 이상 열심히 달려야 하지 않을까? 시간이 흐른다고 꿈이 이뤄지는 건 아니고 꿈이 목표가 아닌 이상 꿈 따위는 그저 잠잘 때나 꿔야지 현실에선 도피처가 되면 안 되지 싶다. 하여 내가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할 깜냥이 안 되면 당분간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만큼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배고픔은 이 모든 것을 버리게 만들 만큼 강력한 녀석인데다 녀석의 절친이 바로 우울이라서.

 

나는 완벽한 행복을 꿈꾼 적이 있던가? 행복도 가끔 잊는데 완벽까지야 생각지도 않았을 테다. 그나저나 뭐만 했다면 '꿈'을 타령처럼 같다 붙이는 것도 좀 우습긴 하다. 뜻하지 않게, "아빠 뭐 안 좋은 일 있어?"라며 아빠의 안부를 물으며 훅하고 들어오는 딸아이의 다정함에 행복이 번지다가도 아빠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아들을 대할 때는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현실이니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가끔이라도 곰곰이 돌아 보는 게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는다고, 간절하지 않은 것은 안다." 62쪽

 

한동안 정말 꾀꼬리라도 된 것 마냥 퇴사를 노랠 불렀다. 조직 생활도 사람들에게 치받치는 도시도 정말 안 맞는다고 조용한 시골로 가서 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라는 레퍼토리였다. 한데 십 년째 노래만 부르고 여전히 같은 조직에 같은 아파트에 산다. 아이들 핑계를 대긴 하지만 나 역시 간절하지 않은 건 아니다.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아이들 학원비로 들어가는 이상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못할 뿐 나 역시 간절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정말 간절하다. 그래서 더 서글픈 것도 사실이다.

 

한편 문학과 꿈에 대한 열정, 방황이 치열했던 그 시절의 시간이 사실감 넘치게 그대로 전해진다. 그런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나는 숙연할 수밖에 없다. 매번 잘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그나마 뭔가라도 이룰 수 있다는 현실에서 '뭔가'가 뭔지 모를 때가 태반이라서 작가의 암울한 하루가 심연에 손을 맞잡고 같이 있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그깟 연필 따위가 일러주는 삶의 지혜를 받아 들여야 할밖에. 엄청나게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이 책에선 분명 매화 향이 난다. 그것도 엄청 강렬하게. 켜켜이 쌓아 놨던 좌절과 울분의 날들 뒤로 그의 사랑과 사랑하는 계절과 지나쳤던 삶들의 기록에 기어이 행복하고 말리라는 다짐이 간결하지만 정갈하게 느껴지는 그의 필력 담겼다. 참 매력적인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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