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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막 슬프지가 않았다. 그동안 마음속에 있던 온갖 감정을 다 쏟아버렸기에 슬픔마저 메말라 버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64쪽
사랑의 열병을 앓은 적이 없어 작가의 이 사랑을 어찌할까 싶어, 읽는 내내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깊은 공감이라기보다 겉돌지만 모른 채 하기 어려운 감정이 내내 가슴을 메웠다.
작가에 글에 빠져 이렇다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책장만 넘기다 나 역시 솔직하려다 되레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에 자주 후회하는 탓에 마음이 평온하기 쉽지 않다. 그런 작가의 심경을 생각하니 눈가가 그렁해졌다. 아마 더 이상 마음 여는 일이 쉽지 않을 테다. 내가 그러해서.
"무언가를 잊어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다." 176쪽
애착이 담긴 물건을 잊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게 사랑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한때 열병으로 1초도 떨어지기 어려웠대도 시간이 지나 소원해진 사이라면 다시 열병을 앓는 일이 쉽지 않음으로 우린 그렇게 소원해진다. 하여 헤어짐이 다시 거세 열병이 되어 숨을 쉴 수 없으니 잊어야 한다. 내가 살기 위해.
"유독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은 오래가지를 못한다." 211쪽
왜 이 문장에서 한참 머물렀는지 알 순 없지만, 유한한 시간이 느껴져 그랬던 건 아닐까.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것들의 소멸이 주는 허망함이 짧은 문장에서 우리 삶이 사랑이 그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작가의 과거의 기억 속 기록을 들춰내 마음을 담은 시부터 일상의 일들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상념,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와 번민을 진솔하지만 소소하게 담아내는 이야기에 취하게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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