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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94

[소설/낭독리뷰] 절대 말하지 않을 것 '가족 심리 스릴러'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맥알리스터 가족이 운영하는 유명 캠프의 비밀 해변에서 소녀가 죽었다. 사건은 미제로 분류되어 덮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어느 날, 아버지의 유언장에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솟아오르고 아만다와 맥알리스터 남매들 사이의 비밀은 비밀 해변을 중심으로 서로 견고하게 얽혀드는 느낌이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아만다의 사건 일지를 유심히 시간순으로 퍼즐처럼 맞춰 나가게 된다. 1부가 끝나자 션의 행동이 유의미하게 이상했다. 왜 종이를 잘게 찢었을까? 왜 마지막이 돼서야 무죄일까? 그거 진짜 무죄였을까? 그렇다면 그건 누구였을까? 멈출 수 없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이 아니라 이 남매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삐꺽거림이 사건을 추리하는 쾌감을 더한다. 게다가.. 2021. 3. 22.
[우리도 사랑일까] 사랑의 또다른 이름은 익숙함 낚였다.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보고 난 후 줄곧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영화였다. 샤워를 하는 여인의 머리 위로 찬물이 쏟아지고 여인은 남편에게 샤워기를 고쳐줄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여차저차 한 소개들이 지나고 다시 샤워 중에 찬물 세례를 받은 여인 앞에 범행을 자백하는 남편이 있다.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내가 그랬노라고.. 당신을 웃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매일 내가 그랬다" 울컥해서 눈물이 그렁해졌다. 일상이 그렇고 그런 일들로 반복되는 일들에서 여전히 우린 사랑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그 장면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다행이 아슬아슬한 이 부부는 다시 웃으리라는 믿음으로 영화를 찾아봐야 했다.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상에 권태가 스며드는 부부가 다 아슬아슬하다면 어쩌란 .. 2021. 3. 21.
[디자인/멀티미디어] 모션 그래픽&영상 디자인 강의 with 애프터 이펙트 - 10년 차 디자이너에게 1:1로 배우는 영상에 관심이 많다.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도 일한 적도 있고. 그땐 영상 분야의 제작 툴은 생소했던 시절이어서 애프터 이펙트나 프리미어 같은 미디어 툴은 편집할 때나 만지던 터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두 프로그램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는데 그건 지금도 그렇다. 여전히 구체적이지 못하다. 또 이후에 얼마간 웹디자인도 하면서 플래시를 다루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대로(?) 된 모션을 하려면 프레임 노가다가 아닌 이상 액션스크립트를 써야 구현되는지라 여기서도 영상 편집과는 결이 달랐다. 그다지 논리적이지 못해 액션스크립트가 내겐 어렵기만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애프터 이펙트는 프리미어와 플래시가 믹스된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겠다. 이제는 놀랍게도 포토샵도 추가.. 2021. 3. 21.
[사회/낭독리뷰] 동자동 사람들 - 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가 사회복지사에게 '돌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라서 지나칠 수 없었다. 그것도 계속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라니 더욱 흥미로웠다. 과연 대한민국의 돌봄은 왜 계속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민낯이 두렵지만 그렇다고 그냥 덮을 일은 아니다. 오멜라스, 비록 가상의 도시라고는 하나 당장 고개만 돌려 봐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되기에 벽장 안에 갇힌 소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가빠진다. 오멜라스 시민들을 보면서 '타인의 고통으로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한다. 그건 거창하게 윤리를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인터넷에 짤로 돌아다니는 초등학생의 시험지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한 일이다. 알다시피. 이 책은 동자동 쪽방촌을 모델로.. 2021. 3. 17.
[자기계발/낭독리뷰] 오십을 처음 겪는 당신에게 -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 무지갯빛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깊은 상념에 빠진 남자 옆으로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라는 문장에 눈길이 멈추더니 덩달아 상념에 빠지고 말았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게 여전히 많을 수가 있지?' 오십이 넘고 두 해가 지났다. 나는 여전히 해야 하는 일을 제외하면 하고 싶은 것들은 그저 다짐에 지나지 않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자리만 흔적을 남긴다. 언젠간 그만두고 말거라는 다짐은 덤이다. 돌아보면 내 인생을 오롯이 내 것으로 살았던 십대와 이십대는 인생에 뭣이 중헌지 미처 배우거나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덜컥 삼십대가 돼버리고 옆엔 동반자라는 이인삼각을 해야 할 아내가, 존재만으로 존재감을 뿜는 자식이 생겼다. 그것도 둘이나. 한데 똥만 싸고 뒤집.. 2021. 3. 13.
[21-005/라스트 레터] 어느 한 장면도 허투루 감정을 소모하게 하지 않는 이제는 기억도 가물한 러브 레터의 감성이 그리워 반갑기만 한 제목이었다. 실험적이었을까? 같은 영화를 일본과 중국을 배경으로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섬세함이 어딘들 다를까 싶지만. 영화는 '지난'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통곡이나 왁자지껄한 죽음이 아닌 조용한 상실에서 그리고 초대된 지난의 자리에 지후아(저우쉰)의 기억이 시작된다. 우연히 첫사랑 인추안(진호)과의 재회에서 지후아는 지난으로 편지를 쓴다. 영화는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닿지 못했던 애잔한 사랑의 기억을 털어낸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아픔을 '그랬다면'이란 후회나 아쉬움이 아닌 그래서 아름다울 수 있었을 거라 믿게 만든다. 갑자기 증발한 지난을 그리워하며 인추안이 썼던 소설은 되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만들고, 지난.. 2021.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