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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사회/낭독리뷰] 동자동 사람들 - 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가

by 두목의진심 202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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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에게 '돌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라서 지나칠 수 없었다. 그것도 계속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라니 더욱 흥미로웠다. 과연 대한민국의 돌봄은 왜 계속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민낯이 두렵지만 그렇다고 그냥 덮을 일은 아니다.

 

오멜라스, 비록 가상의 도시라고는 하나 당장 고개만 돌려 봐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되기에 벽장 안에 갇힌 소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가빠진다. 오멜라스 시민들을 보면서 '타인의 고통으로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한다.

 

그건 거창하게 윤리를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인터넷에 짤로 돌아다니는 초등학생의 시험지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한 일이다. 알다시피.

 

이 책은 동자동 쪽방촌을 모델로 가난이 사회적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한 저자의 논문을 기초한 이야기다. 그리고 저자도 지적하는 바와 같이 나는 동자동이 어딘지 그곳에 쪽방촌이 있는지 몰랐다. 아니 모른 채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곳의 이야기다.

 

동자동은 역사와 시대의 가난을 관통하는 하층 노동자의 삶을 그려내면서 '범죄의 온상'이나 '사창가'라는 낙인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가난한 노동자를 보듬었다. 인간 존엄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이 언제든 스며들 수 있도록.

 

놀라운 사실은 노동 시장에서 최하층인 사람들은 IMF 같은 경제 시장의 몰락이나 불안정 해진다 해도 되려 충격이 '덜'하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경제 논리로 동자동의 삶은 평가될 수 없고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일당이 생존을 결정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진단의 바깥'에 놓여 있다는 저자의 표현에 서글픈 이유다.

 

저자는 현재 동자동 상황의 변화를 주목해야 이유는 많던 적던 생존의 수단인 '일'이 있던 과거 1970~80년 대에 비해 지금은 일이 없다. 환경은 그대론데 노동을 할 수 없으니 경제적 곤궁은 더 심해지고 그러다 보니 건강은 악화된다. 그리고 노동하지 못하는 인구로 편입 되 돌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 지적한다.

 

37쪽

 

사실 돌봄은 언제나 시혜를 포함한다. 시간이든 물품이든 '공짜'로 제공되는 지원은 누구는 받는데 나는 받지 못하면 배제와 차별로 인식되어 격한 분노를 만든다. 책에서도 언급하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공되는 지원은 '얻어먹는 버릇'만 남기는, 그래서 그들의 욕구를 탐욕으로 변질되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만들어 여차여차해서 수급으로 '끝나버리는' 희망 없는 삶을 연명하게 되는 일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돌봄의 실천은 어떤 형태의 삶이 돌봄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암묵적 결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돌봄이 개입하고자 하는 삶의 모습 역시 다르게 나타난다." 63쪽

 

지적장애인인 정영희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일괄적인 지원 형태의 돌봄이 아닌 개별적 상황에 맞는 지원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확실히 한다. 그는 또 돌봄의 제도 안에서 노숙인이나 수급자로 분류되는 이용인을 '유령'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의 부재를 우려하는 내용에 복지관들을 떠도는 유령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이용인이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돌봄 지원을 받는 게 가능할까. 나아가 장애에서 정상성의 구분은 돌봄에서조차 기준을 만들어 배제를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우린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가를 질문하게 된다.

 

길게 이어지는 정영희와 홍인택을 비롯 여러 사례를 읽어 가는 동안 가슴에 큼지막한 돌을 얹어 놓은 듯 답답함이 가시질 않았다. 돌봄의 현장에서 복지관을 찾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고민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쩌면 나만의 착각이었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적극적인 돌봄이란, 사실 '진단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향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른 현실적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가난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가난, 즉 빈곤은 동자동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쪽방이라는 삶을 규정하는 낙인은 제한적인 영역에서 최대한 각자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으며 주체적인 선택이 가능할 수 있는 돌봄 지원이 가능할 그날을 기대해 본다.

 

이 시대의 돌봄이 '공짜'라는 권력을 휘두르는 제공자의 입장이 아닌 각자 개인의 선택적 수용이 가능할 수 있는 넓고 깊은 포괄적 돌봄이 제공되길 희망하며 책장을 덮었다. 대한민국 돌봄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다.

 

아쉬운 점 하나.

2020년 논문임에도 불구하고 정영희의 장애 유형에 관한 표기, '정신지체'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지적장애로 표기해야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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