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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낭독리뷰] 오십을 처음 겪는 당신에게 -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

by 두목의진심 202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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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갯빛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깊은 상념에 빠진 남자 옆으로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라는 문장에 눈길이 멈추더니 덩달아 상념에 빠지고 말았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게 여전히 많을 수가 있지?'

 

오십이 넘고 두 해가 지났다. 나는 여전히 해야 하는 일을 제외하면 하고 싶은 것들은 그저 다짐에 지나지 않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자리만 흔적을 남긴다. 언젠간 그만두고 말거라는 다짐은 덤이다.

 

돌아보면 내 인생을 오롯이 내 것으로 살았던 십대와 이십대는 인생에 뭣이 중헌지 미처 배우거나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덜컥 삼십대가 돼버리고 옆엔 동반자라는 이인삼각을 해야 할 아내가, 존재만으로 존재감을 뿜는 자식이 생겼다. 그것도 둘이나. 한데 똥만 싸고 뒤집기만 해도 기뻤던 감정은 잠시고 사십과 오십이 되는 동안 그 많던 말수는 다 어디로 갔는지 과묵해졌다. 그렇게 책임감은 말수를 빨아먹고 커졌다. 뻥을 좀 치자면 지금은 목소리마저 잃은 듯하다.

 

어쨌거나 저자도 나도 오십을 건너는 일은 처음인데 시작부터 이리 감정이 격하게 다르니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표지 앞에 서성이는 기분이다.

 

책장을 펼쳐드는 순간 '쿡'하고 웃음이 났다. 진짜 오십을 위한 책이 아닌가. 글자 크기와 널찍한 행간은 이제 노안으로 고생할 늙은 독자에 대한 배려이겠으나 나는 되려 이런 것까지 챙김을 받아야 할 오십이 슬프다.

 

"50대는 꿈꾸고 도전할 때지, 삶을 정리할 때가 아니다." 8쪽

 

40대부터 줄곧 삶을 정리하고 있던 나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은퇴 후 귀촌을 해야 숨을 쉴 수 있다고 도시탈출만 꿈꿨지 백세 시대에 내가, 나를 위해 뭔가 더 계발해야 한다는 꿈은 꾸지 않았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물론 없을 때가 더 많겠지만 어쨌든 무위자연 하는 장자의 삶이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한데 팔랑귀인 나는 저자의 이야기에 기억 속 꿈을 뒤적이게 된다. 어디쯤 있을 텐데 하고 싶던 것들이.

책에서 저자는 새롭게 시작하는 오십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꼽아 조언한다. 가족과의 관계와 자신의 역할, 경제적 유용 테크닉, 건강, 인간관계 그리고 나이에 걸맞은 품격을 지키는 법까지 꽤 많은 조언을 담고 있는데 전반부 인생은 고군분투하며 살았으니 다 내려놓고 후반부 인생은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염려 섞인 조언을 해준다.

 

"사회적 지위가 사라지면 체면도 사라져야 정상이다." 57쪽

 

특히 "라떼는 말이야~"라는 자칫 꼰대로 분류되기 십상인 체면과 특권 의식은 탈탈 털어내야 하고, 자식에 대한 집착도 낮추거나 아예 놓아 버리라고 하는데 충분히 공감한다. 뭐 나야 딱히 버릴만한 지위가 없어 염려는 없지만 자식이 문제다 문제.

 

"같은 요식업이라고 해도 단지 '먹는 것'을 파는 가게와 '즐거움'을 파는 가게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118쪽

 

정확하진 않지만 "같은 걸 팔아도 문화를 담느냐 담지 않느냐의 차이가 중요하다"라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역시나 비슷한 이야기에 이리 공감하는 걸 보면 뭘 하든 간에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는 걸 이해는 하고 있나 보다. 근데 기억을 못 하는 게 함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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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 후반기 앞에 선 '오십'이라는 시간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살아온 인생이야 어떻든 남은 인생은 잘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식의 위로와 무작정 담론이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수많은 갈림길을 보다 잘 가려내서 걸을 수 있도록 여러 사례와 재테크를 비롯 풍부한 저자의 사유와 조언이 담겼다. 작심하고 정독해야만 알 수 있는 자세한 매뉴얼이라기보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간단한 지침서라고 하는 게 맞겠다.

 

오십, 분명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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