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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94

[에세이/낭독리뷰]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낯익은 이름인데 그의 책이나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그가 타계한 이후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대로 여러 잡지에 실었던 시사 칼럼을 추려 55편을 옮겼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어떤 창으로 열려 있을까. 우연찮게 어제 TV에서 요즘 학생들의 어휘력 문제를 조명했다. 이런저런 스피드 퀴즈 형식의 장면과 뒤를 이어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어려워 한 단어가 '글피'였다. 심지어 처음 들어 봤다는 학생도 있다. 어쩌면 요즘을 사는 우리는 '오늘'만 살 것처럼 현재에 집중하다 보니 내일도 모레도 어렵다. 그러니 그다음인 글피를 꿈이나 꿀까?라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한데 에코 역시 요즘 사람들의 과거 인물에 대한 무지와 가짜 뉴스의 심각성에 주목하는 이야기는 어딘가 방송과 통하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 아.. 2021. 3. 12.
[에세이/낭독리뷰] 너는 참, 같은 말을 해도 - 친구로서 널 아끼니까 해주는, 말 잘하는 법 1:1 코칭 나는 “참, 말본새 하고는”이란 말을 꽤나 많이 들었다. 그래서 ‘말’에 대한 글은 장르 불문 집중하게 되는데 이 책 역시 제목을 보고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고 하기 어렵지만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 몰라 딱히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책을 읽은 독자라면 어쩌면 나와 감정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계속 반성만 하게 된다. '말'은 정말 신경 써서 하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스티브 잡스도 잘 써먹었다던 3의 마법을 나 역시 잘 써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보통 글을 써보겠다고 글쓰기 책을 읽어 봐도 그때뿐인 게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흰 모니터만 바라보며 눈만 끔뻑일 때가 많다. 글감을 잘 찾으라는데 그게 쉽지 않다.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고 앉아 있는 그때의 기분은.. 2021. 3. 10.
[사회/낭독리뷰] 헌법에 없는 언어 - 생각보다 헌법은 구체적입니다 생각보다 헌법이 구체적이라는 문장에 호기심이 났다. 헌법 하면 평등이나 불평등 아니면 약자나 정의 등 익숙한 단어가 아닌 명확하게 실체도 없이 무턱대고 구체적이라니 당황스럽다. 단 한 번도 법은 보통 사람의 편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게 소위 말하는 돈 없고 백 없는 약자라면 더더구나 법은 구체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터라 대놓고 구체적이라 선언부터 하는 것이 막연하고 상당히 추상적이라고 생각돼서 더 궁금했다. 무엇이 구체적일까? 드라마 에서 검경의 사건 조작과 재판부의 무능으로 살인 누명을 쓴 두식은 이렇게 외친다. "우리 같이 없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어떻게 사야 하는지도 몰라서 감옥에 가야 한다"라고. 법이 돈 없고 백 없는 사람에게도 평등할 순 없을까. 법은 규범이고 규범은 사람 .. 2021. 3. 7.
[뷰티 인 더 글라스] 선택은 언제나 각자의 몫인게다 사장 딸에게 밀려 갑작스럽게 원치 않은 은퇴로 내몰린 펠릭스(리처드 카인드)는 아내 앤(라리사 올리니)의 승진에 더욱 고립감을 느낀다. 자존심에 겉으로 들어낼 수 없지만 점점 더 펠릭스는 고독해진다. 여기까지는 은퇴 후 방황하는 중년의 삶을 조망하는 영화로만 생각했다. 더욱이 패션 감각이라곤 1도 없는 팰리스에 비해 아내 앤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인물로 대비되어 그려져 더 초라하게 느껴진달까. 어쨌거나 마트를 갔다가 혼잣말을 하며 행복하게 떠드는 여자를 보게 되고 자신에게도 은퇴 선물로 받은 같은 안경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사실 이 장면은 오해할 소지가 충분한데 펠릭스는 단박에 눈치챘다. 어쨌거나 펠릭스는 안경을 착용하고 어기를 만나고 그녀의 미모에 놀란다.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인물로 .. 2021. 3. 6.
[관계/낭독리뷰]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시대를 초월한 인간관계의 바이블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은데도 정작 인간관계에 바이블이라는 이 책을 온전하게 읽는 건 처음이다. 그가 꽤 오래전에 펴냈음에도 아직까지 영향을 끼치는 이유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통찰이 담겨 있길래 이 정도일까. 그는 시작부터 자신감이 넘친다. “이 책의 처음 세 장을 읽고도 대처 능력의 변화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실패작이라고 인정하겠다”라는 그의 다짐이 부디 틀림이 없길 진심 바라며 독서를 시작한다. 반면 "행동을 위한 책"이라는 끝말은 좀 부담스럽다. 나는 행동하지 않는 편이다. 복잡하고 촘촘하게 연결된 현대 사회에서는 관계 맺기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그렇게 지속되는 관계 맺기는 소진을 동반한 극도의 피로도를 높이는 주범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핸드폰에 저장된 무수한 전화번호와 서.. 2021. 3. 3.
[소설/낭독리뷰]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더구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이 없다'라는 광고를 인상 깊게 기억할 만큼 흥미로운 구루의 나라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데다 추리소설이라니 개인적으로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다. 무작정 읽다가 '아들 하나를 포함한 유족이 있다.'라는 문장이 이 소설을 선명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문장을 둘러싼 퍼빈의 생각에서 인도 여성 인권의 문제가 읽혔다. 21세기인 현재에도 문화 혹은 종교라는 미명하에 종종 자행되는 일들. 한데 아내조차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저 유족 중 하나로 포함해 버리는 이 간단 명료한 문장에 과거 내 어머니 유년 시절도 인도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머니는 "쓰잘데기 없는 가스나가 공부를 해서 .. 2021.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