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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94

[크루엘라] BLACK앤드WHITE그리고RED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을 모티프로 제작되었다는 영화 크루엘라는 인간의 양면성을 다룬다. 세상은 빠르고 명확하게 이분법으로 나뉘고 있고, 그게 옳던 나쁘던, 정의던 부정이던, 맞던 틀리던, 같던 다르던, 선이던 악이던, 내편이던 네 편이던 어쨌거나 우리는 딱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는 것처럼 산다. 아니라고 하겠지만 아주 잠깐만 생각해 보면 어느 것이든 우린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욕망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다. 선택을 하지 않거나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져도 우린 결국 두 개로 줄이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암튼 할리 퀸이 썩은 세상을 향해 방망이를 휘두른 것처럼 영화 속 크루엘라 역시 날 때부터 다름으로 세상을 향해 도전해야 하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그것이.. 2021. 6. 5.
[시/에세이] 감정 일기 아주 작정하고 읽는 이의 감정을 송두리째 끌고 침잠한다. 헛헛하다,라고 하기엔 부족한 느낌. 분명 배고 고파 입도 배도 터질 듯 음식을 욱여넣는데 배는 차지 않고 슬픔만 차오르는 느낌이라면 너무 과장일까. 감정의 결핍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삶이 버텨서 나아지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보겠다,라는 말이 여태 버티며 살아온 시간에 훅, 하고 서글픔을 뿌렸다. 딱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살기만 한 것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한 뼘만큼만이라도 행복이 채워지길 바랐다. 그런 마음이 조금 아팠다.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감정엔 침묵을 지켜야만 한다." 84쪽 군데군데 명치끝에 뭐라도 걸린 것처럼 막혀 넘기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문장이 있다. 그럴 땐 침묵을 배운다. 길지 않았으면 싶은. 일기라기보다 시에 가깝다... 2021. 5. 17.
[카오스 워킹] 복잡, 난해 어지러움 이 영화는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시대 상황에 들어맞는 데다 그 감염은 남자만 된다는 설정이 참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한데 톰 홀랜드와 데이지 리들리 그리고 매즈 미캘슨을 등장시켰는데도 이야기를 산으로 가게 만들다니 참 아쉽다. 영화는 개연성이 뚝뚝 끊어져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는데 관객의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이라면 지구가 어떻게 됐길래 우주를 떠돌며 정착지를 넓히는가라든지, 정착지 중 하나인 '뉴 월드'에서는 무기는 미래의 것인데 탈 것은 말로 족한지, 또 생각이 노출되는, 심지어 보이기까지 하는 바이러스 감염은 왜 남자만 되는 것인지 치료나 해결에 대한 노력 따위는 집어치운 채 여자를 몰살시켰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인간이 종족 번식을 얼마나 중요한 과.. 2021. 5. 7.
[미드나잇 버스] 인생을 싣고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자 영화는 밝지 않다. 인생의 긴 터널을 건너고 있는 관객이라면 어쩌면 왈칵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리이치라는 인물을 둘러싼 가족들 각자의 이야기는 넓은 바다를 방향을 잃은 채 유영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내밀한 비밀을 간직한 채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통에 가까워야 할 가족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스크린 전체에 베인 우울감이 스크린 넘어 관객에게 젖어 들 것만 같은 인생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각자의 인생을 느리게 그러면서 깊이 조명한다. 백조처럼 우아한 하게 보이지만 각자의 시간을 살아내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을 쳐야 하는 일들을 담담하고 묵직한 울림을 담는다. 마치 "당신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당신은 괜찮은가?"라며 관객에게 질문하는 듯하다.​ 니가타에서 도.. 2021. 5. 3.
[서복] 삶과 죽음의 철학을 입은 아쉬운 SF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 치고는 다소 밋밋했다. 돈이 아닌 삶의 의미여서였을까? 영화는 영원 불사 서복을 통해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데서 오는 철학적 화두를 던진다. 영원히 죽지 않는 서복(박보검)과 서서히 죽어 가는 기헌(공유)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 한다. 여기에 원치 않은 탄생이면서도 세상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싶었던 서복과 동료의 죽음 앞에서 도망쳐버린 비열함에 고통받으며 죽지 못해 사는 것인지, 살고 싶어 사는 것인지 삶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기헌의 처지에서 삶의 '가치'를 또 한 번 짚는다. "죽는다고 생각하면 두려워요. 하지만 영원히 산다는 것도 두려워요. 저는 뭐를 믿어야 두렵지 않을까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가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탐닉하기 시작했을 때.. 2021. 4. 25.
[고질라 VS 콩] 비주얼만 보면 돼? 괴수 몬스터 시리즈인 은 앞선 시리즈를 보지 않으면 줄거리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내가 그랬다. 과거 조악한 고질라만을 생각해 흥미를 두지 않았던 터라 이번 영화도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데 알파 타이탄의 왕좌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두 괴수의 매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영화는 생각보다 몰입감이 좋았는데 항공모함 위의 스펙터클한 격투 장면이나 중간중간 콩이 눈알을 들이대며 줌인되는 장면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콩의 셈세한 털이나 무중력 공간 이동 등 화려한 비주얼은 눈을 떼기 어렵다. 다만 콩의 직립 보행이 고릴라의 것이 아닌 사람의 것인 것이나 너무 티 나게 관객을 무시하는 듯한 우연적 전개는 황당할 정도다. 고등학생인 매디슨(밀리 바비 브라운)과 에이펙스의 음모를 파헤치려는 버니.. 2021.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