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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미드나잇 버스] 인생을 싣고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자

by 두목의진심 2021.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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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영화 '미드나잇 버스'

 

영화는 밝지 않다. 인생의 긴 터널을 건너고 있는 관객이라면 어쩌면 왈칵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리이치라는 인물을 둘러싼 가족들 각자의 이야기는 넓은 바다를 방향을 잃은 채 유영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내밀한 비밀을 간직한 채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통에 가까워야 할 가족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스크린 전체에 베인 우울감이 스크린 넘어 관객에게 젖어 들 것만 같은 인생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각자의 인생을 느리게 그러면서 깊이 조명한다. 백조처럼 우아한 하게 보이지만 각자의 시간을 살아내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을 쳐야 하는 일들을 담담하고 묵직한 울림을 담는다. 마치 "당신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당신은 괜찮은가?"라며 관객에게 질문하는 듯하다.​

 

출처: 다음 영화 '미드나잇 버스'

 

니가타에서 도쿄를 왕복하는 심야버스 운전사 리이치(하라다 타이조우)는 이혼 후 10년이 넘게 만나는 젊은 애인이 도쿄에 있다. 다정한 리이치에게 첫눈에 반한 시호(코니시 마나미)는 내심 결혼을 원하지만 ​더 이상의 진전을 바라지 않는 리이치의 눈치를 보는 중이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마음 고생하던 미유키(야마모토 미라이)는 아이들을 버리고 집을 나왔다는 죄책감에 고향을 방문하는 게 쉽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병수발로 니가타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여전히 다정한 전남편 리이치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한편 어렵게 취직한 회사를 그만두고 갑자기 집으로 돌아온 아들 레이지(나나세 코우), 아이돌 데뷔로 자신의 인생을 막 시작한 딸 아야나(아오이 와카나) 역시 가족들과의 드러내지 못하고 삭혀야만 하는 감정에 흔들릴 대로 흔들린다.​

 

출처: 다음 영화 '미드나잇 버스'

 

리이치, 미유키, 시호, 레이지, 아야나 그리고 외할아버지 케이조(나카츠카 쿄조)까지 6명 각자가 가족으로 이어지는 접점이 선명하다는 느낌은 없다. 부모와 자식간의 위태로움이나, 젊은 애인과 불타오르거나 헤어진 부부의 재회는 아슬아슬 함도 없다. 그래서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의 끈을 억지로 부여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은, 젊은 애인이 있는 전 남편이 재혼을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진 미유키가 리이치에게 자신의 속내를 내보일 때였다. 여전히 다정한 전남편에게 심하게 흔들리는 자신은 외로워서 재혼을 했지만 여전히 외로운 현실은 현기증 날 정도다. 그래서 "왜 재혼하지 않느냐"라고 묻는다.

매달리듯 그때 자신 곁에 아무도 없어 너무 '외로워서' 재혼할 수 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반면 리이치는 '외롭지 않아서'라는 대답과 함께 바람처럼 지나가는 모습에 체념하듯 고개를 떨구는 장면이었다. 뒤이어 리이치는 시호에게 이별을 고한다. 한편 레이지와 아야나 모두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난 후 리이치는 시호와 연락이 닿지 않자 버스에서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결국 가족의 의미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출처: 다음 영화 '미드나잇 버스'

 

영화는 버스 회사의 이름이나 니가타에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 오는 수백 마리의 백조는 '가족'의 상징처럼 등장한다. 리이치의 관점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인생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 가슴 뭉클한 영화지만 한편으로 혈연이 아닌 식구로써 가족의 의미로 변해가는 시대에 또 다른 시선의 영화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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