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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우리도 사랑일까] 사랑의 또다른 이름은 익숙함

by 두목의진심 2021.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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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낚였다.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보고 난 후 줄곧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영화였다. 샤워를 하는 여인의 머리 위로 찬물이 쏟아지고 여인은 남편에게 샤워기를 고쳐줄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여차저차 한 소개들이 지나고 다시 샤워 중에 찬물 세례를 받은 여인 앞에 범행을 자백하는 남편이 있다.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내가 그랬노라고.. 당신을 웃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매일 내가 그랬다"

 

울컥해서 눈물이 그렁해졌다. 일상이 그렇고 그런 일들로 반복되는 일들에서 여전히 우린 사랑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그 장면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다행이 아슬아슬한 이 부부는 다시 웃으리라는 믿음으로 영화를 찾아봐야 했다.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상에 권태가 스며드는 부부가 다 아슬아슬하다면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마고가!

 

출처: 다음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5년 차 부부, 루(세스 로건)와 마고(미셀 윌리암스)는 장난기 넘치는 말과 행동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매일매일 치킨 요리만 개발하는 루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일에 마고의 장난이 방해가 된다. 그런 루의 행동에 마고는 자신의 애정을 확인해야 하는 일에 지친다. 마고는 관광청에서 의뢰받은 일로 여행을 떠난 곳에서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만나고 강렬하게 끌린다. 우연은 대니얼의 말처럼 필연이 된다. 이후 마고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 느껴지는 일이 당연한 마고에게는 시댁 식구들이 몰려 오는 일조차 기대되는 일인 데다 남편과 심한 말과 간지러움 태우기 같은 장난은 그런 권태를 넘기기 위한 발버둥이었을지 모른다. 맞춰주기에 급급한 루는 마고의 이런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채로 아내의 흔들림을 지켜보기만 한다.

 

"새 것은 헌 것이 되고, 헌 것도 예전에는 새 것이었다."

 

익숙함과 강렬한 끌림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면서 '너라면 어떤 걸 선택할래?'라며 묻는 듯하다. 제목 역시 '나랑 왈츠를 출래?'인 걸 보면 선택지를 관객에게 열린 결말로 돌려 주는 듯하지만 루는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고 마고 역시 불행한 삶을 사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누군가와 함께 사는 일은 그게 그거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출처: 다음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솔직히 권태에 대한 영화라지만 사랑에 대한 영화로 생각된다. 권태로운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또한 사랑이며 그 사랑에서 아슬아슬함이 존재하는 건 더 소중함을 알아채기 위한 징조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마고는 너무 사랑스러웠지만 (지질할지 모르지만) 그녀가 결국 외로운 건 다행이다 싶었다.

 

출처: 다음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마고에게 대니얼은 빙빙 도는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 탑승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매일매일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인생이 아무리 권태롭고 공허하다 해도 그또한 사랑임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다.

마고가 30년을 참지 못한 걸 보면서 그토록 확실하고 강렬했던 끌림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프란체스카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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