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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머리에 근엄한 호랑이 한 마리를 올리고 가슴에는 시커먼 늑대 한 마리를 품은 검은 망토 휘날리는 드라큘라가 있다. 시시 때때로 역할을 바꿔야 하는 돌봄이 함축된 그림이 아닐까. 이런 표지라니 책장 열기가 쉽지 않다. 사실 복지 현장 종사자에게 '돌봄'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장애인 복지에서는 알파요, 오메가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돌봄이란 단어를 보는 내내 마음이 흠칫 했던걸지도 모른다. 엄마라는 돌봄 종사자 11명이 마음을 모았다. 각자의 영역과 전문성을 가졌음에도 엄마로 사는 건 '내'가 희미해지는 일이기에, '나'를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이들의 이야기는 허투루 읽히길 거부하는 듯하다. 정서경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렸다. 신혼의 단꿈으로 젖어들려.. 2022. 12. 16.
[에세이] 아직 슬퍼하긴 일러요 -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_ 공평한 위로 이르다, 니. 작가 소개를 읽으며 이르긴 커녕 이미 태풍 한가운데서 주야장천 버티는 중인데? 싶었다. 그러다 문득 고단한 그의 삶이 무심한 세상에서 소비돼버리는 일들을 이르는 건(왜 있잖은가, 가벼운 고자질 같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후… 당연한 것들에 의심을, 품어야 하지 않냐며 써 내려간 그의 프롤로그를 읽는데 왜 이리 마음이 뻐근해지는지 모르겠다. 아니, 헛헛한 건가? 무표정하게 그리고 엄청스레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글에는 감정의 부스러기가 뚝뚝 떨어지는 듯하다. 암이 모두에게 똑같이 다가 오는 게 아니, 라는 그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보탠다. 질병도 장애도 각자에겐 다 다르다. 와,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금세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길 반복해서 읽어내기가 힘들다. 심한 감기에 걸린 것처럼 코를 훌.. 2022. 11. 17.
[에세이] 눈물에는 체력이 녹아있어 - 포기하지 못할 꿈의 기록들 책을 읽는 일에 뭔 취향이 있겠냐만, 머리글을 읽는 순간 내 취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백 그리고 솔직 거기다 양념 같은 위트가(읽다보니 위트라고 하기엔 끈적한 슬픔이 묻어 있어서 위트라고 안 하고 싶다.) 뿌려진 글맛은 분명 그런 취향을 찾아내게 만들었다. 사실 언제부턴가 책을 읽는 것이 노동처럼 체력을 요구하고 있어서 이런 글을 만나면 눈물이 난다. 부디 기니피그(티라미수가 없는 인절미의) 사룟값 정도가 아니라 고마운 사람에게 아아라도 돌릴 만큼 많이 많이 팔리길 희망한다. 진짜다. 그는 ​가벼운 문체로 편견, 차별, 빈곤, 성착취, 정치, 제도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더 무겁게 써내려 간다. 그건 그의 일상에서 개인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가는지, 에 대해 필름이 머릿속에 주륵 펼쳐지는 것도.. 2022. 10. 1.
[에세이] 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뭐든 배워야 살아남는 시대라서 어른 되는 것도 공부를 해야 되는 건가, 했다가 가만 생각하니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이 아닐 테니 참 괜찮은 제목이지 싶다. 나 역시 오십 줄이 넘어선지 좀 되고 보니 어른은 시간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면서 조금씩 덧대며 만들어 가야 함을 이제야 아주 조금은 알아챘다. 나도 어른이 되려면 아직 먼 것을. 그가 몸은 어른인데 아이처럼 칭얼대며, 내 것 챙기기 바쁜 이들에게 고르고 고른 그의 위로이자 격려이며 조언은 읽기 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어. 죽을 나이가 다 된 어른인데도 홍천터미널에서 헤매고 있는 이등병 같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7쪽,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 울컥, 목울대에 묵직한 것이 걸리더니 순식간에 글자들이 뿌옇게 흐.. 2022. 9. 12.
[인문] 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쌓이는 지식 탐사 되고 싶다고 무조건 되는 게 아님을 뼈때리게 각성하게 한다. 아마 나는 저자가 다다랐던 30년에 얼마를 더해야 할지 모를 시간만큼 책을 읽어야 인문학 쫌 알겠구나, 싶은 좌절감이 쏟아져 내렸다. 저자는 서로 이질감 가득한 154가지 단어들을 이리저리 얽고 확장하면서 하나로 연결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짓는다. 그는 아슬하다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박! 노인 빈곤과 주택연금 사이를 오가던 칼망과 라프레의 이야기에 이런 기막힌 반전이라니. 웃다가 사레가 들렸다. 심지어 칼망은 고흐를 직접 대면하고 못생겼다, 고 외모 지적까지 했다는데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쪽방촌 임대료로 배불린 사람들의 타인의 불행을 바라보는 시선을 꼬집더니 그에 더해 가난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부의 세습이 있듯 가난도 세습되.. 2022. 7. 30.
[철학] 물러서지 않는 마음 - 26명의 대표 철학자에게 배우는 삶을 지탱하는 태도 무엇으로부터 물러시지 않아야 할까, 잠시 생각하고 읽게 된다. 콘텐츠를 파는 서비스 기획자인데 철학을 공부했다니 왠지 그게 더 철학적이다. 이런 저자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삶을 치열하게 고뇌한 26명의 철학자로부터 삶을 지탱하는 태도를 끄집어 내 전하는데 프롤로그만으로도 울컥 용기 내고 싶어졌다. 늘상이 타협인 내 삶이 순간 느려졌달까.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불공평하고, 그 불공평을 어떤 자세로 타고 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니체와 어디에나 있는 친절한 탈을 쓴 빌런들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공통의 언어에는 블랙 스완을 찾는 마음으로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포퍼, 인간의 본질이 의지인 욕망에 있다는 쇼펜하우어의 절름발이를 어깨에 메고 가는 장님, 의 인용에 장님을 시각장애인이란 표현이 맞지만 맥락.. 2022.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