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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눈물에는 체력이 녹아있어 - 포기하지 못할 꿈의 기록들

by 두목의진심 202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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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일에 뭔 취향이 있겠냐만, 머리글을 읽는 순간 내 취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백 그리고 솔직 거기다 양념 같은 위트가(읽다보니 위트라고 하기엔 끈적한 슬픔이 묻어 있어서 위트라고 안 하고 싶다.) 뿌려진 글맛은 분명 그런 취향을 찾아내게 만들었다.

 

사실 언제부턴가 책을 읽는 것이 노동처럼 체력을 요구하고 있어서 이런 글을 만나면 눈물이 난다. 부디 기니피그(티라미수가 없는 인절미의) 사룟값 정도가 아니라 고마운 사람에게 아아라도 돌릴 만큼 많이 많이 팔리길 희망한다. 진짜다.

 

그는 ​가벼운 문체로 편견, 차별, 빈곤, 성착취, 정치, 제도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더 무겁게 써내려 간다. 그건 그의 일상에서 개인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가는지, 에 대해 필름이 머릿속에 주륵 펼쳐지는 것도 같다. 분명 남 이야긴데 내가 답답한 이유는 뭘까.

 

"혹시라도 제가 보는 것들이 당신께도 보인다면, 여기서는 위험하지 않은 음악을 들으세요.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65쪽, Track 9

 

왈칵, 아니 눈 속으로 와글와글 물방울이 모여 들었다. (괜스레 그의 글투를 따라 해보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더럽게 힘든데 그것도 혼자서 버텨내고 있는데 그냥 먹고만 살겠다는 데 그것마저 힘들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묻고 싶다. 제길.

 

"눈물에는 체력이 녹아 있어 한 방울이라도 몸 밖으로 내보내면 결국 나만 힘들다." 94쪽, 눈물도 체력

 

하… 아니에요. 당신의 글을 읽는 데도 체력이 들어요. 감정을 누르느라 체력을 짜네고 있는 중이네요, 라고 말해 주고 싶어 애가 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그래서 사회관계가 중요하고 그런 촘촘한 관계망이 있어야 한다고 복지부에서는 누누이 말하는데 그게 누군가의 외로움과 고독을 책임져 주지 않으려는 수작질 처럼 느껴질 만큼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그의 고독이 전해져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여기서 내가 사회복지사라는 게 겁나 쪽팔릴 지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쪼금은 미안해졌다.

 

읽다가 먹먹해지고 울컥하기도 아프기도 하면서 함부로 그를, 아니 그의 글을 감상은 해도 어줍게 글로 풀어내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이 없다. 그만큼 그의 세계, 나름 견고하면서도 깨질까 아슬아슬 하다. 아니다, 어지러운가?

 

근데 못 참고 이렇게 쓰고 앉아 있는 걸 보면 그가, 이 책이 못 견디게 매력적이긴 하다. 그의 아이폰으로 나도 찍어 줘요, 할 만큼. 미안하지만 검색창에 이름을 집어 넣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애써 상대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의 거리는 계속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5쪽, 아직 안 죽은 멜섭왹비

 

254쪽, 안녕하세요, 중앙북스입니다

 

그의 말처럼 뻑뻑한 구간이 실제로 꽤나 있다. 그렇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신경은 쓰여서, 그가 더 좋은 말로 해주지 않아되 되는데 그게 또 신경 쓰지 말라, 고 하는 무신경한 인간들 때문에 더욱 가열차게 해주라고 응원하게 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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