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우리는 부탄에 삽니다

by 두목의진심 2022. 9. 28.
728x90

 

 

부탄은 내게 영화 <방가? 방가!> 속 한 장면에서 불쑥 튀어 오른 나라였다. 그저 코미디 영화처럼 웃픈 사연 말고 행복지수 세계 최고라는 이 나라가 궁금했다.

 

그런데 궁금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던 사람이 그렇지 않은 곳에서 살아도 과연 행복은 전염될까? 또 행복지수 세계 1등인 곳에서 산다는 건 어떨까 궁금했다. 내겐 행복을 찾는 건 중요한 과제라서 더욱더 흥미로웠던 책이다.

 

작가 소개를 읽다가 언뜻 눈에서 한번 그리고 목울대에서 한번 그렇게 울컥한 문장을 만났다.

 

"사람을 가장 환대하는 곳, 나 자신을 더 아끼게 해주는 곳인 부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짝 아팠다. 나는 타인으로부터 환대 받았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것은 ​내가 나를 아낀 적이 있던가, 하는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이었을지 모르겠다.

 

첫인상, 솔직히 기대와는 다르게 은경 자신의 봉사 단체에 대한 찬사가 여러 페이지를 채우니 기대가 살짝 피로해진다. 그래도 이어지는 딴 나라 세상 이야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나저나 부탄에는 한류가 분다는데 한국에는 부탄처럼 행복 바람이 왜 불지 않는 건지 아쉽다.

 

"마음의 변화에 귀 기울이는 것이 내 인생에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변화라는 것이 또 다른 안정을 찾는 기회인 것도, 즉흥적으로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가슴 설레는 일임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127쪽

 

152쪽, 히말라야의 작은 카페

 

어쩌면 연지의 이 글이 부탄을 녹여낸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밀려든다. 세상 어느 곳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세 번은 물어봐 줘야 속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 결과가 아닌 그럴 수밖에 없었을 이유를 헤아려 주는 사람들, 그래서 내가 손해를 입어도 그렇지만 너만 괜찮다면 용서가 되는 사람들이라니 감동이지 않은가.

 

읽으면 읽을수록 관계에, 아니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행복한 삶에 대한 욕망으로 오히려 행복에서 멀어지는 삶을 산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일 테고.

 

어쨌거나 이런 곳에서,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고, 했다는 그네들의 삶 역시 예사롭지 않은 건 마찬가지 아닐까. 분명 우리와는 다른 정신세계를 가진 것일 테다. 부러움 가득한 책이다.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살아가는 마음은 많이 다른 부탄 사람들" 219쪽,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그리고 세상에 우연은 없고 모든 것이 인연이라고 믿는 나라, 에 발을 디딘 휘래의 부탄 이야기는 조금 느낌이 다르달까. 그들의 관광 산업이나 왕국의 제한적인 생활상 등에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또 다른 흥미로움이 있다.

 

232쪽, 조금 다르고, 많이 비슷한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꼭 와봤으면 좋겠다. 이곳에." 259쪽, 환대를 느끼기에 가장 완벽한 곳, 부탄

 

마지막으로 휘래의 이 말만큼 강렬하고 끌리는 유혹이 있을까. 그렇게 이 책을 읽어버린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내가 그곳에 풍경처럼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