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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철학] 물러서지 않는 마음 - 26명의 대표 철학자에게 배우는 삶을 지탱하는 태도

by 두목의진심 2022.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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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부터 물러시지 않아야 할까, 잠시 생각하고 읽게 된다. 콘텐츠를 파는 서비스 기획자인데 철학을 공부했다니 왠지 그게 더 철학적이다. 이런 저자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삶을 치열하게 고뇌한 26명의 철학자로부터 삶을 지탱하는 태도를 끄집어 내 전하는데 프롤로그만으로도 울컥 용기 내고 싶어졌다. 늘상이 타협인 내 삶이 순간 느려졌달까.

 

10쪽, 프롤로그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불공평하고, 그 불공평을 어떤 자세로 타고 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니체와 어디에나 있는 친절한 탈을 쓴 빌런들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공통의 언어에는 블랙 스완을 찾는 마음으로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포퍼, 인간의 본질이 의지인 욕망에 있다는 쇼펜하우어의 절름발이를 어깨에 메고 가는 장님, 의 인용에 장님을 시각장애인이란 표현이 맞지만 맥락상 그리하겠다는 설명은 칭찬할만 한데 이왕이면 절름발이 역시 지체장애인으로 표현하는 게 좋겠다는, 지적에 가까운 조언을 하고 싶은 욕망을 나 또한 참지 못했다.

 

그리고 이왕 말이 나왔으니 덧붙이면, 내지에 밝은 녹색 활자는 디자이너의 욕망이었을까, 독서를 방해할 정도다. 어쨌거나 삶은 고통이고 모든 욕망의 사슬을 끊을 수 없다면 심미적 관조 상태를 노력하는 욕망도 괜찮으려나.

 

47쪽, 욕망에는 고통이 따른다

 

또 욜로와 파이어족으로 양분하는 쾌락에 대해 등장하는 에피쿠르스는 욜로보다는 파이어쪽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당장의 짧고 강렬한 쾌락은 오랜 기간 고통을 받을 바엔 당장의 즐거움을 유예하는 게 좋다고 했다니 말이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왜 그리 열심히 사느냐, 고 묻다니. 가뜩이나 사는 게 지옥인데 거기다 뭘 더 얹는 건지. 물으니 대답해 보려 애쓰다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났으니 태어난 김에 살아보고, 사는 김에 잘 살아 보려고 그런다, 고 하면 잘 사는 게 뭐냐고 물으려나? 하여 너는 존재 하는가, 라고 하이데거가 묻는 듯하다. 철학 책을 읽는다고 그런지 나도 무슨 물을 하는지 헷갈리는 중이다.

 

저자의 짝꿍이 되물었다던 "너는 왜 이런 수많은 일을 행복해하지 않냐" 라는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 내게 들이닥쳐 순간 가슴이 먹먹했다. 나는 하루에도 백만스물한가지의 불행 밖에 안 보이는데. 제논의 말처럼 노력과 실천으로 얻는 행복은 좀 어렵지 않을까? 그나저나 저자의 말처럼 행복이 그저 얻어걸리는 게 아닌 이상 내 수준에 맞는 행복부터 찾는 게 급선무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선택의 영광을 누릴 가능성보다 선택하지 않은 무언가를 후회할 가능성이 더 크다." 92쪽, 나는 나의 미래를 선택한다

 

기꺼이 선택하고, 상처받고, 아파하고 다시 선택하라, 는 샤르트르의 실존으로서의 선택은 과연 내 미래를 행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선택과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방법이라니, 삶은 참 피곤한 것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게 인생이겠다, 싶다.

 

이렇게 순식간에, 그리고 불안정하게 변화되는 세상에 한비자의 '법술세'는 제대로 작동될까. 정치판을 보면 그도 아닌 것 같은데. 빵 하나 먹겠다고 주말 핫플레이스 거리를 막아 버린 군주는 이런 시대 변화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걸 반증하는 게 아닐까, 아닌가? 제대로 작동하면 무지한 군주도 나라를 다스린다 하니 제대로 작동해서 탈일지도. 한비자 편을 보며 생각이 참 많아진다.

 

그럼에도 밀의 절대 자유에 비추어 보면 빵을 먹을 자유를 항변하려나? 허면 그건 잘못된 일이라 지적질 할 자유도 있음을. 한데 그렇게 발 벗고 나서는 이가 없다. 언론은 입을 닫았고. 이렇게 가십으로 끝날 일은 이닌데 말이다. 그리고 언제 들어도 뜨끔하게 만드는 '악의 평범성'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평범할 수 없게 만드는지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정신줄을 놓지 않게 만든다. 그나저나 캄보디아는 <킬링 필드>고 인도네시아는 <액트 오브 킬링>이면 한국은 <518>인가.

 

어쩌면 이 책을 통틀어 단 하나의 질문을 꼽아야 한다면, 단언컨대 정의다. 아니 협력, 혹은 연대인가?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는 '초월적 협력'을 담보한다. 한데 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소외당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 사이에 공평한 재분배가 가능한 '무지의 장막' 상태는 현시대에 가능한지 롤스에게 묻고 싶다.

 

216쪽, 진실로 협력이 가능할까?

 

이렇게 불안하고 흔들리는 세상에서 휘둘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마르쿠스의 메시지는 다시 너 자신으로 돌아가라, 일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에 나는 되려 대체 나는 누군가, 라는 질문에 천착한다.

 

이 책이 철학 입문서이고 끝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단 저자의 말에 훗 했지만, 사실 철학을 공부하는 이가 아닌 이상 독자는 여기서 해답을 찾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 않을까? 다만 철학이 주는 사유의 시간을 나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26개의 사유를 통해 내게 그런 시간을 주었고 그건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여 나의 철학도 시작되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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