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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 오십, 인생의 재발견 - 인생의 전환점에 선 이들을 위한 자기성찰의 심리학

by 두목의진심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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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는, 그의 경험이라 읽고 현타라 쓰는 게 맞겠다. 자신은 40대 중반에 회사에서 내쳐져 방황의 시기를 지나왔노라지만 실은 너도 그렇지 않냐며 "그렇다면 우린 깐부?" 라며 자신이 그 시기를 관통해 오며 깨닫게 된 것들을 친절하게 나눔 한다.

 

엘리베이터 문의 오작동으로 뜬금없는 사고를 당해 벌써 5개월째 비자발적 백수로 지내고 있다. 산재 휴가라지만 급여는 반 토막 났고 몸은 여전히 고통 중인데 회사 복귀는 늦어지니 눈칫밥은 에베레스트산 높이 정도는 쌓였다. 게다가 집에선 난데없는 삼식이니 아내가 손뼉 치고 좋아할 처지는 분명 아니다.

 

회사에선 눈치 없이 자리만 차지한 유령, 심지어 은퇴도 얼마 남지 않은 쉰 중반의 평사원이니, 이 정도면 적당히 그만두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나 아직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뒷바라지해 주기를 바라는 녀석들이 둘이나 있으니 새로운 출발선에 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의 프롤로그에 감정이 격하게 흔들렸다.

 

저자는 칼 융을 내세워 인간은, 좀 내식으로 의역하자면 직장인은 생애 주기에 따라 중년 시기의 불안과 밀려남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고 새로운 기회들이 출현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 는 위로도 안 되는 위로를 한다. 낮게 탄식이 샜는데 어쩌겠나 믿어볼밖에.

 

위아래 집에서 알고 지내던 3살 터울 지인은 갑작스러운 퇴직을 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자신을 알아보는 주민을 만날까 싶어 여전히 낮에는 동네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처음엔 그 소리를 듣고 뭘 그리 유난을 떠나 싶었는데, 나 역시 막상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시간을 지내다 보니 그 심정이 이리 격정적이게 만드는지 알만하다. 그래도 지인은 그러는 동안 부동산 자격증도 따고, 경매 공부도 마쳤다는데 난 그저 허송세월 하고 있으니 더 심적으로 불안하다. 퇴사자들의 혼란한 감정이 '수치심'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또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존재하는 한 월급이 뚝 끊긴 순간을 예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의 말을 인용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상상은 그저 불안을 키울 뿐' 이라고 지적한다. 그나마 그런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당장 때려치우고 경험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타인의 경험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체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결론은 비자발적 퇴직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잘 살펴 자신도 그때가 당면하면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계획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88쪽, 퇴직 통보를 받았습니다

 

​중년을 정의해 보자면, 물론 자크 라캉이나 칼 융 같은 정신분석 학자들의 말이긴 하다. 등에 건전지 백만 스물한 개쯤 건전지를 꽃은 것처럼 에너지 넘치던 시절 꿈꿨던 인생 목표의 한계를 깨닫고, 힘 빠지는 것도 서러운데 머리털까지 빠지면서 늙음과 죽음을 인식하며 인생 공허를 두루두루 경험하는 시기라고 전한다. 한데 젊음을 상실한 게 두렵다기 보다 그저 서글픈 정도랄까.

 

중년의 삶을 비교적 잘 사는 방법으로 6가지 자본이 있다며 저자는 정리한다. 그중에 "더 오래 일하며, 더 많이 벌" 라는 말이 비수처럼 머리에 박혔다. 심지어 더 많이 저축하라니. 하루가 다르게 '그만둠'에 대한 열망은 커지고 월급은 병아리 오줌만큼이라서 여기에서 저축을 하자면 땀방울만큼도 못할 것이기에. 이래저래 마음만 고단해져 버렸다.

 

167쪽,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섯 가지 자본

 

"다양한 자신의 모습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모습, 자신이 생각하는 주관적 실체가 정체성인 셈이다." 라는 저자의 표현에서 내 정체성을 이해하게 된다. 나 역시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드러내는 정체성이 달랐다고 공감하게 된다. 그놈의 MBTI가 할 때마다 다른 거와 뭣이 다를까. 그런 면에서 저자는 중년의 시기는 직장 명함에'만' 의존하던 페르소나 적 정체성을 넘어 본연의 자아를 찾는 또 다른 차원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후회가 일상인 삶에서 중년이라고 예외일 수 없고, 그런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은 새로운 '전환의 시간'의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중년이라고 가족의 건강을 꿈꾸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할 것을 권하는데 사실 그래도 되나 싶기도 하다.

 

217쪽,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도전하라

 

현시점에서 제일 마음을 흔든 문장이 있었는데 "퇴직을 위한 가장 좋은 예행연습 중 하나는 지금 있는 곳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라는 뼈때리는 충고는 은퇴를 가급적 당겨 보려는 내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면 아내의 소리 없는 환호성이 들리는 듯하고.

 

247쪽, 퇴직에도 예행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은 비자발적 퇴사를 맞는 중년의 감정을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그래서 현타가 크다. 한편 중년과 노년 사이에 100세 시대가 선사한 15년 정도의 시간을 어떻게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느냐를 지혜롭게 고민할 계기를 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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