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by 두목의진심 2022. 6. 19.
728x90

 

 

배우란다. 몰랐다. 세상 쓸데없는 건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쓰면서 깨달았다는데, 나는 안 써서 그런지 여적 쓸모를 찾아 헤맨다. 그나마 이 책을 읽고 애들에겐 그러지 않길 희망한다.

 

큭큭 댔다. 옮겨 볼 테니 보시길. 비록 전 대통령이 트럼프이긴 해도 멀리서 보기에 그곳은 자유의 나라, 란 대목이었다. 근데 쓰다 보니 이어달리기처럼 문장이 떠올랐는데 현 대통령이 윤석렬인 이곳은 어떤 나라라고 지칭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 말았다. 어쨌거나 장애인에겐 그다지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닌 건 확실하니까.

 

이런, 쓰읍. 본적도 없는 느타리라는 별명을 가진 처자의 물음에 일 년 치 웃음을 다 써버렸다. 약발도 안 받는 갱년기를 달고 사느라 눈물은 자주 찍어내기는 해도 웃음은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느타리 씨 고마워요. 근데 쓰고 보니 슬퍼진다.

 

40쪽, 모르는 개 산책

 

왜 인지 모르지만, 아니 알지만 모른 척하는 거겠다. 여하튼 그의 이야기에 푹 빠진다는 건 전혀 질서 정연하지 않게 이어지는 이야기도 상관없이 잘 읽힌다는 거다. 예를 들면, 어리광도 없던 땅이가 믿음을 하사한 이야기가 갑자기 모르는, 그것도 입질도 있는 개 이야기로 훌쩍 갈아타는 것 같은. 에? 했다가 음 하는 거랄까. 어쩌면 결국 믿음이니 같은 이야긴가.

 

"맞아, 이별은 이렇게 슬픈 일이지 하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상대와 눈을 맞추며 시간을 보내고 한 공간을 공유할 때의 친밀함은 그 상대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완벽히 와닿는 것이다." 133쪽, 이별하기

 

한데 할 말도 못 하는 미피가 왜 미웠던 건지. 가만 보면 그는 할 말은 다 하는 것 같은데. 뭐 이제라도 미피의 입을 터주자는 데는 망설임 일도 없이 한 표!

 

163쪽, 신의필의 파니 핑크

 

그가 신승은에게 했다던, 그의 삶에 예의 없이 침범하는 타자로서 존재하는 듯하다, 는 말을 내가 그에게 돌려주고 싶다. 나 역시 이 책으로 그런 타자가 된 듯하다. 근데 멈출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니, 나 원 참.

 

그를 알지 못하니 책으로 바라본 그의 뒷모습은 '어디로든 끊임없이 지치게 걸어가는 사람' 정도로 읽혔다. 빠른 걸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사진처럼 그렇게.

 

202쪽, 준최선의 산책

 

그러다 만난 문장에서 그의 됨됨이를 본다. 수현아, 라고 다정히 부를 만한 당신이 아닌데 저를 얼마나 알아서요? 라고 반문하면 얼굴이 달뜨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타이밍엔 그렇다. 그래서 그가 뭐랬냐 면,

 

"맥락을 싸그리 지운 주장을 매일매일 듣는다. 틀림을 다름으로, 다름을 틀림으로 탈바꿈시키는 현장을 평생토록 목도하면서도 나 역시 반복되는 잘못들을 외면하고 저지르며 살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의 삶을 누리는 자들의 무지의 끝은 어디일까? 자본에 미친 자들은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 것인가. 그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헤매고 있다는 걸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느끼던 순간이 있었다." 264쪽, 집 안이 시끄러운 이유

 

이렇게 차분한, 생각이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또 이렇게 무심히 툭 던지는 것처럼 약간은 건조하지만 다정한 글투도 좋아라해서 아껴 읽었다. 무슨 책을 그렇게 읽느냐, 싶겠지만 빨리 덮고 싶지 않았다. 낯가리는 사람처럼 오래 친해지고 싶었달까. 그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게 뻔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