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by 두목의진심 2022. 6. 9.
728x90

 

 

흔치않은 제목에 끌렸다. 주례사는 원래 머리에 듬성듬성 백발이 내려앉은 나이 지긋한 어른이 자기 삶을 비춰 이제 막 하나로 묶여 달뜬 이들에게 인생은 지금처럼 찰나의 시간도 억겁의 지루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그래서 사는 건 내 맘대로 안 된다는 걸 가르침의 시간이 아니었던가. 대체로 고리타분하면서 얼굴 벗겨질 정도로 하품이 끊이질 않는 시간이기도 한. 근데 엄마가 딸에게 그런 짓을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아, 주례사 하는 엄마도 그런데 쓰고 그린 두 작가의 제주도 이민자라는 게 더 마음을 흔든다. 제주도는 언제 들어도 그리 마음을 흔드는 마법이 있다.

 

쉰 중반에 썼다는 작가의 글을 딱 그 나이에 읽는다. 혼자 있는 외로움보다 둘이 있을 때 외로움이 더 시리다, 는 작가의 말이 거세게 흔들더니 왈칵 눈물이 솟았다. 난 결혼을 앞둔 딸은 아니지만 조만간 그런 시기가 될 딸이 있는 아빠지만 딸이 아니라 내가 위로받으면 어쩌지 싶다.

 

"네가 결혼할 남자를 선택할 때 포기하면 안 되는 한 가지가 뭐냐고 묻는다면, 난 네 꿈을 인정해 주는 남자여야 한다고 대답할 거야. 꿈을 인정해 준다는 것은 너를 있는 그대로 봐준다는 것이고, 네가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니까." 65쪽, 결혼할 남자, 이것만은 포기하지 마

 

구구절절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이제 스물하나, 아직은 꿈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딸이지만 앞으로 결혼할 시기가 온다면 꼭 해줘야겠다, 다짐하며 메모한다.

 

그리고 우리는 왜 소중한 것보다 바쁜 것을 먼저 하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는 작가의 말에 눈이 멈췄다.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이 휑 해지는 기분. 일 때문에 2달을 떨어져 지내다 다시 만났던 딸이 엄마 뒤로 숨던 모습이 빠르게 스친다. 내가 바쁘다고 동동거리다 놓쳤던 소중한 건 뭐였을까, 시간이 멈췄다.

 

131쪽, 좋았던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려면

 

134쪽, 과거를 현재로 데려오는 특별한 방법

 

"무슨 일이든 혼자 완벽하게 하려고 할 게 아니라 힘들면 힘들다고 툭 터놓고 얘기하는 게 나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165쪽, 결혼의 환상과 현실 사이

 

한편으로는 딸에게 주는 조언이다 싶다가도, 내 아내의 고단함을 몰라 주면 안 된다는 충고처럼 가슴 깊게 박히는 문장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시집 식구들과 지내는 일이 '하루하루가 두 팔 들고 벌을 서는 것 같더라' 라는 작가의 고백은 언젠가 '아무리 어머니가 잘해 준다 해도 시월드는 시월드야' 라던 아내 말로 새삼 시집 살이의 고단함을 선명하게 만든다.

 

그렇게 작가는 곳곳에서 조곤조곤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231쪽, 오늘 하루가 모여 내 인생이 된다

 

끝으로 만리까지 가는 향기를 전하다, 니 작가의 다정함에 스며들 수밖에. 언제고 제주 글스테이에 머물고 싶어진다.

딸에게, 아니 그전에 아내에게도 권하고픈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