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위로37

[에세이/낭독리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 - 가장 예쁜 마음을 가장 예쁘게 담아서 당신에게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가슴이 몽글몽글 해지는 지기는 오랜만이다. 신림과 모란을 몇 번이나 오가는 동안 마지막 지하철이라는 방송이 듣고 나서야 헤어질 수 있었던 20년이 훌쩍 지난 기억이 새록 살아난다. 이미 죽어 없어진 연애 세포를 각성시키는 듯하다. 잊고 살았다. 아내의 다정함을. 연애를 시작하고 사람 많기로 소문난 도심 한복판의 놀이공원에서 손에 땀이 차도 내 손을 놓지 않고, 더위를 먹고 기진맥진한 내게 음료를 닦아 건네주고, 최선을 다하지만 언제나 중간밖에 도달하지 못하는 횡단보도를 나보다 한걸음 뒤에 건너고 휠체어에 앉은 내 눈을 맞추려 무릎을 굽혔던 아내의 다정함을 잊고 살았다니 참 미안해진다. 얼굴은커녕 그동안 작가의 글을 접해보지 못했는데 섣불리 여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 2021. 7. 10.
[인문/낭독리뷰] 다시 피어나려 흔들리는 당신에게 - 해낼 수 없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중년의 철학 아마 그때부터였을거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은 후 그의 책을 찾아서 읽었다. 상담가보다는 작가스러운 필력에 금세 애독자가 됐다. 그리고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은 복지현장에 있는 나로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글들이다.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사유가 철학"이라는 그의 깊은 통찰이 부럽고, 그의 말대로 의심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생각한다. 한편으론 인생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바람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금 여기'에 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언제고 할 수 있을 테니 뒤로 좀 미루더라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것도 밑지는 선택지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살다 보니 매일 시작과 끝이 깊은 한숨.. 2021. 6. 22.
[심리/낭독리뷰] 감정식당 - 상처를 치유하는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고, 감정을 나쁘게 요리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208쪽 좀 독특한 책이다. 감정을 요리에 비유하며 적절히 다스리면 맛 좋은 요리가 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배를 쫄쫄 굶을 수 있다며, 그중에서도 살면서 요리하기 쉽지 않은 열 가지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맛깔나게 요리할 수 있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구성 역시 요리에 필요한 재료, 최상의 요리법인 How to Cook, 사례를 통해 징후를 예측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실전 요리법, 그리고 자신만의 요리법으로 만들 수 있는 황금 레시피에다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담았다. “불안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가 상황을 통제할 힘이 없을 때 생깁니다.” 20쪽 책을 읽다가 살짝 황당한 기분이 들어 저자의 이름을.. 2021. 4. 17.
[에세이/낭독리뷰] 당신이라는 자랑 "사람은 힘든 일이 몰려오면 이유를 찾고 싶어 합니다." 7쪽 ​ 무기력하고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향한 위로, 어쩌면 사랑. 누군가의 삶을 위로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도 작가는 거침없이 그러고 싶다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담담하면서도 아주 따뜻한 자신의 이야기에 생각들을 얹어 마음을 전한다. 산문과 에세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와중에 틈틈이 박혀있는 그의 시는 빼곡히 채워진 그 어떤 페이지보다 오래 머물게 만들고 오래 되새기게 한다. ​ 출근 길이 밀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운전만 해야 하는 터라 오늘도 새벽 출근을 해서 조용한 사무실에서 책을 읽는다. 한 명씩 한 명씩 직원들이 밀려드는 시간인데 하필 작가가 월급을 탔다. 왈칵 눈물이 터져 활자가 흐릿해지고 훌쩍댔더니 감기 걸린 거.. 2021. 4. 3.
[자기계발/에세이] 언제나 그랬듯 다 지나갈 거예요 요즘은 내게 위로가 필요한지 어쩐지 모를 정도로 삶이 무감각해졌다. 관계는 여전히 힘들고 쉬운 일이 아니라서 코로나19를 핑계로 친구도 멀리한다. 집에 있어도 말은 단답형의 대답 정도만 하고 고개를 파묻고 책만 보다 잠이 든다. 자발적으로 혼자 부유하는 느낌. '필요에 의한 포기'라니... 생각지 못한 말에 여러 번 되뇌었다. 포기인 줄 모르고 포기하는 것들이 부지기인지라 한편으로 그게 인생이려니 싶게 여겼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인생에 불필요하다 싶은 건 쿨하게 포기하라는 작가의 말을 들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작가 인생에 불필요 한 건 뭐였을까? 또 내 인생에 불필요한 것들은 뭘까?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했을까? "무게를 견디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거고 그렇지 못.. 2021. 1. 18.
[자기계발] 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 이근후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서툴지만 내 인생을 사는 법 색감 좋은 노을을 앞으로 건물 난간에 앉은 남자는 석양을 감상한다기 보다 위태롭게 보여 숨이 컥 막혔다. 정신과 정신의가 썼다는 책이어서 그랬을까? 삶의 고단함이나 불안함이 고스란히 담긴 표지에 먹먹했다. 시작부터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이 득이 된다거나 그렇게 득을 누린 만큼 되갚아야 하는 의무감도 적지 않다'라는 말에 20년 넘게 해오고 있는 양육의 고단함을 이해받은 느낌이면서도 여전히 내 걱정을 한 바가 씩 하시는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도 이렇게 힘드셨을 테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서투름'을 주제로 풀어 나가는 이야기는 매 순간 처음을 마주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아프고 미소 짓고 안타깝고 다양한 감정들이 퍼진다. "내가 나를 똑바로 본다는 것은 고통스럽지.. 2021.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