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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낭독리뷰] 당신이라는 자랑

by 두목의진심 202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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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힘든 일이 몰려오면 이유를 찾고 싶어 합니다." 7쪽

무기력하고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향한 위로, 어쩌면 사랑. 누군가의 삶을 위로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도 작가는 거침없이 그러고 싶다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담담하면서도 아주 따뜻한 자신의 이야기에 생각들을 얹어 마음을 전한다. 산문과 에세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와중에 틈틈이 박혀있는 그의 시는 빼곡히 채워진 그 어떤 페이지보다 오래 머물게 만들고 오래 되새기게 한다.

 

 

출근 길이 밀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운전만 해야 하는 터라 오늘도 새벽 출근을 해서 조용한 사무실에서 책을 읽는다. 한 명씩 한 명씩 직원들이 밀려드는 시간인데 하필 작가가 월급을 탔다. 왈칵 눈물이 터져 활자가 흐릿해지고 훌쩍댔더니 감기 걸린 거냐고 물어 고개를 더 숙여버렸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도움받아야만 하는 삶이라는 걸 깨닫는 것도 상처라는 걸 나는 아니까." 83쪽​

 

맞다. 내가 다른 누구와 다르다는 걸 깨닫는 일은 이미 그 이유로 대부분 차별을 경험하게 되는 일로 확장되기도 한다. 그 안에 따뜻하기는커녕 깊고 차가운 시선이 많아서 상처는 진한 흉터로 남을 때가 더 많다.

 

내가 꼼짝 못하고 천장만 바라보며 더 이상 걷고 뛸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치아가 다 빠지도록 이를 악물고 재활해야만 숟가락질이라도 할 수 있음을 알았을 때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님을 확인하듯 받아야 했던 시선들. 그 불쌍함이나 측은함이 담긴 눈길에서 오는 좌절과 분노를 새겼던 시간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무턱대고 누군가를 '불쌍하다'라고 단정하는 그 눈빛은 분명 날카롭게 상처와 깊은 흉터를 남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아주 농밀한 사연을 지켜봐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멀어지면 다시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말 앞에서 더 읽을 수가 없었다. 살면서 사람 좋아해 주변에 친구가 넘쳐나던 내가 다치고 나서 나만의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왔던 시기, 날카롭고 예민하기만 하던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락이 끊겼다. 그래서 여전히 내 주위에서 빛나는 불알친구가 허물없지만 어려운 존재이겠다 싶다.

 

작가의 사랑은 참 어렵다,라고 했다. 뭐 작가만 그러겠냐 싶다. 오죽하면 바비 킴은 사랑, 그놈 참이라고 욕도 할까. 한데 20년이 넘고도 늘 한결같은 아내를 보자면 사랑은 욕할 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가만 보면 한결같다는 건 한 사람만 간직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이 평행선 위에서도 마주 볼 수 있을 정도로 함께 간직해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니 괜히 나도 대견하다. 사랑, 분명 어렵지만 욕 안 먹고도 잘 할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가장 중요한 태도는 그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178쪽

 

하는 게 아니라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작가의 사랑 태도가 참 마음에 들어 꾹꾹 눌러 옮겨 적었다. 유독 다름에 혐오가 입혀지는 세상에서 이렇게 노력하는 삶이라면 참 아름다운 사람이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가 궁금하다.

 

 

작가의 일상을 통해 사랑과 애증, 위로를 함께 하면서 '방황하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바빴던' 그의 청년 시절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고 교 시절에 어머니를 여의긴 했지만 딱히 불우했다 하기에는 사랑 넘치는 부모와 누나가 있어 작가의 방황을 사실 자상한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건강 악화 때문으로 설득되지 않는 점이 있긴 해도 아버지와의 추억이 많은 부분 담겨 있어 코끝이 찡하다.

 

자랑이 뭐 특별한 거냐며 자랑한 작가의 자랑을 보고 들었던 생각은 '자랑할만하네'였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나는 누구에게 자랑일 수 있을까? 괜히 서럽게 눈물이 났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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