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앞서 이 책으로 자신의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에 기분이 묘했다. 나는 여전히 고집불통에 권위적이신 아빠가 있고 성질 불같은 아빠이기도 해서.
종호 스쿨의 김종호 선생과는 다르게 나는 아빠는 무관심하는 게 아이들 진로에 좋다는 이야기를 핑계 삼아 얼굴도 모르는 선생들에게 기회를 넘겼다. 그런 일이 종호 스쿨을 보면서 가슴이 덜컥거렸다. 게다가 나는 잘한다고 칭찬에는 박하고 못한 건 크게 혼내는 편인 아빠다.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사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88쪽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이에게 털어놓는 마음치고는 꽤 슬프게 들렸다. 누구나 선망한다고 할 수 있는 작가, 그것도 일터가 방송국이라면 더욱더 그럴듯한 직업임에도 행복하지만은 않다니. 좋아하던 일이 직업이 되면 좋아하지 않게 된다던데 우리에게 밥줄이란 참 고달픈 일임에는 틀림없나 보다.
MBTI와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매번 "나는 이 일과 맞지 않아!"라며 십 년째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내 신세도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작가의 이야기에 밑줄을 치게 된다. 나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까? 오십이 넘었는데?
이 책은 때론 꼰대에 어쩔 땐 수다쟁이에 변덕쟁이로 변하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는 딸이 우연히 발견한 아빠의 일기장을 읽으며 문학 소년으로, 순수 청년으로 책임감 넘치는 가장으로 인생을 살아내온 아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속에서 공감의 쓰나미가 밀려든다.
"대신 엄마의 일상에도 호들갑 떨만 한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171쪽
이 책은 아빠의 인생에서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에 덩달아 내 인생도 돌아 보게 된다. 게다가 틈틈이 등장하는 김미숙 씨의 이야기도 훅 비집고 들어와 아내의 고단함을 돌아보게 돼 울컥 해진다. 아내도 자식 뒷바라지에 남편 챙기는 일이 전부라서. 여하튼 김종호 씨 이야기는 확 끌어당긴다기 보다 소소한 재미가 있다. 조금씩 젖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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