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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청소년/낭독리뷰]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 미디어로 보는 차별과 인권 이야기

by 두목의진심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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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요, 당신에게 불편하면 모두가 불편할걸요? 다만 모른 척하는 게 익숙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지나치는 거죠. 그게 우리 모습이에요."

 

라고 제목을 보자마자 해주고 싶던 대답이었다. 드라마, 예능, 영화, 심지어 다큐멘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인권침해나 비하가 담긴 장면을 종종 발견한다. 불편해지는 일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것도 인권에 대해 바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씌어진 책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도 숱하게 얘기 해왔지만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사회, 개인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재력이나 권력의 대물림이 있어야 하는 사회가 된 것도 문제지만 그런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그걸 능력이라고 여기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 부끄러워해야 할 일조차 이유를 알지 못하는 세대로 자리 잡는다면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읽다 보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런 불평등한 일들을 구체적인 숫자와 지표로 확인하는 일이 오히려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자신의 상황을 혹시라도 능력 없는 부모 탓으로 돌리면 어쩌나 싶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분명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래서 미디어를 제작하는 일에 좀 더 세심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닐뿐더러 옳고 그른 것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디어는 노력해야 한다.

 

 

또 차별이나 혐오를 개인의 권리로 착각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사실도 알려준다. 단순하게 관점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닌 그런 혐오가 야기하는 여러 사회 문제를 설명한다. 이런 개인의 관점 이전에 인간적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점을 확실히 깨닫게 돕는다. 나아가 점점 증가하는 노인 혐오 문제에 대해 반세기 만에 이뤄낸 근대산업화의 격변이라고 한국의 현실을 적확히 지적한다. 과거 세대처럼 오랜 시간 경험과 연륜을 쌓고 후대에 지혜를 넘겨 주던 시대가 아닌 눈만 깜빡여도 순식간에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은 노인 세대의 연륜을 전달하기는커녕 청년 세대에게 신기술을 배워야 하는 입장으로 뒤바뀌어 노인 세대가 겪어야 할 괴리감이나 갈등이 크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혐오의 표현을 따옴표에 넣는 제목으로 대중의 주목을 끌거나 현상을 그대로 적어 내리는 적나라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 그렇다면 혐오 표현의 대체 용어나 해결 방안, 이에 담긴 오해를 바로잡는 기사도 필요하지 않을까?" 132쪽

 

한편 왕따가 피해자의 측면에서 지칭되는 용어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나라의 불링이나 이지메 같은 집단 따돌림은 가해자 측면의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이 씁쓸하다. 왜 우린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할까? 이렇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사로 이목을 끌려는 기사를 써대는 기자들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여하튼 한국의 언론은 심각하게 자성해야 한다.

 

 

이 책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당면한 현실적 사회문제를 꽤 다양하게 다룬다. 불평등, 소수자, 빈곤, 혐오, 인종, 외모 등 구체적 지표를 토대로 문제에 대한 제시와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볼 것을 권한다. 특히 단순하게 미디어의 한 장면을 제시하며 흥미 위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게 아니라 청소년이 무엇이 옳은 생각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힘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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