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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사회/낭독리뷰] 이면의 도시

by 두목의진심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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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몇 페이지 읽는 동안 기술의 이면을 이야기하려는 의도가 짐작됐다. '길'로 시작한 아날로그가 GPS로 축약되면서 디지털화된다. 그리고 그것이 일상이 될 때 그것들의 지배력에 압도되리라는 예측은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도대체 작가가 이야기하는 이 프로젝트란 뭘까? 시작부터 2008년 촛불 시위의 도식화, 아니 별자리처럼 빛나는 촛불 자리까지 책의 절반을 읽는 동안 궁금증은 가시지 않았다. 도대체 이 책의 정체가 뭐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안에서 그들이 오순도순 동료들과 부대끼며 자리하는 모습에 대한 관찰은, 그들이 실질적으로 어디에 거주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까지 나아갔다. 처음에 그것은 약간 바보 같은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전국의 지역구에서 선출된 그들이 당연히 당선된 지역구 어딘가에서 살지 다른 어디에서 산단 말인가?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격투 영상에서처럼 의정 활동 중에 본래 정해진 자신들의 자리가 때로는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거나 뒤엉켜버리듯이, 이들이 사는 곳도 실제로는 어떨지 모를 일 아닌가. 물론 선관위에 이들이 제출한 주소지는 제각각 자신들의 지역구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창에 이들 의원들의 이름과 ‘자택’이라는 검색어를 함께 입력했을 때의 결과들은 사뭇 다르다." 38쪽

 

도시와 도시의 이야기, 도시와 건물 사이의 그 어떤 경계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정치 혹은 사회문제 이야기겠거니 했다가 공간에 대한 이야기 인가로 상상이 자꾸 확장되니 더 궁금할밖에. 그런데 어디에도 명확히 무엇을 이야기하겠다고 일러주진 않는다. 어쩌면 내가 찾아 내지 못한 걸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그런 내 입장에서는 문장은 쉽지 않고 어렵고 시각화로 보여주는 도식들은 호기심이 잔뜩 들지만 뭘 설명하는지 모를 정도로 텍스트는 작아도 너무 작다. 핸드폰을 돋보기로 써야 할 정도로.

 

"경험에 따르면 '개발'은 무조건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약속과 같은 것이었고, 그 와중에 수반되는 희생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희생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은 개발에 따른 대가로써 과거에도 얼마든지 감당해 온 종류의 것들에 지나지 않았다." 205쪽

잘 읽히지 않던 책이 후기에 가서야 서서히 실마리가 보인다. 줄곧 어떤 책일까 싶을 만큼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가 시대상을 거스르며 개발과 변화 내지는 격변을 활자로만 이해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테고 그런 중요한 역사적 사실의 중심에 '공유'라는 윤활유를 바르며 기록에서 그치던 것을 시각화하기 시작하는 프로젝트였다는 걸 알게 됐다.

 

결국 몇 장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이 책의 의미가 이리 장황하게 기술되었을 알았다. 도시와 공간을 둘러싼 것들을 그저 단순히 활자나 데이터로 쫓는대서 오는 피로감을 시각화로 남기는 대서 그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저자들은 중요하게 지적한다. 예를 들면, 구제역의 매몰 장소를 정부는 어떻게든 감추려 하고 개인 중심의 활동가들은 웹과 SNS를 통해 기꺼이 실천적 정보 공유 제공자가 된다. 여기에 이런 공유된 데이터 시각화 작업은 역으로 언론으로 재생산되고 정부는 그제서야 발표 비스름한 걸 해야만 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데이터 시각화는 보는 이에게 빠르고 직관적으로 의미를 전달한다.

 

이 책은 이런 사회 문제의 중요한 시사점을 활자로 기록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시각화 프로젝트들이 가져오는 쉽고 빠른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며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는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충분히 공감한다.

 

자음과 모음의 다섯 번째 하이브리드 총서로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라는 수식어가 어울릴만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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