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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정치/비평]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극단과 광기의 정치

by 두목의진심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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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도 정치 얘기는 하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그 세계는 끼리끼리 생각이 다르다. 서로에 대해 눈도 귀도 닫고 자신이 보려는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귀를 닫는 바닥이 정치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크게 관심을 쏟지 않는 나 역시 아내와도 가급적 정치 얘긴 안 하려 애쓴다.

 

남과 북, 백인과 흑인을 하나로 묶었던 링컨의 민주주의로 대변되는 미국의 민주주의 200년 가까운 역사도 트럼프 앞에 분열과 반목되는데, 반세기 그것도 그중 반 이상을 군부 독재였던 한국의 어설픈 민주주의가 이렇게 극단의 분열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숨 가쁘게 만들어냈던 근대화 속에 엉겁결에 이뤄냈던 투쟁의 민주주의여서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힘으로 찍어 누르려하고 반대쪽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여론을 만들려는 일들.

 

프롤로그에서 저자의 비통함은 이쪽도 저쪽도 속하지 못함에서 오는 소외인지 아니면 이 꼴 저 꼴 하는 짓이 도긴개긴임을 적나라하게 봐서 그런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도대체 어찌 사랑이 한결같고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변질되는 것으로 치자면 사랑도 정치나 혁명이나 거기서 거길 것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나을 게 뭐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저자를 모르는 사람으로 뭔가 '내쳐졌다'라는 의식에서 언뜻 비통함을 느껴 책을 덮을까 말까 잠시 고심하다가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 마저 읽기로 했다. 나 역시 혼돈의 시대에 중도의 입장에서 성찰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현재의 권력을 비판한다는 것이 야당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닐 것이다. 다만 한국 정치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보수 야당에 물었다면, 적어도 오늘에 대한 책임은 현재의 집권 세력에 묻는 것이 균형 있는 태도라고 믿는다." 12쪽

 

여당을 향한 날선 비판은 김어준의 입으로 연결되고 음모론을 일삼는 인간 정도로 표현한다. 개인을 개인이 자신의 입장에서 파단하는 일에 맞다 틀리다 혹은 옳다 그르다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개인적으로도 뉴스 공장에서 보이는 그의 독선이나 거만한 모습은 종종 느꼈던지라 그렇게도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게스트들의 말 잘라먹는 데는 김어준만 한 인사가 있을까.

 

얼마 전 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뉴스 공장 문을 닫냐 마냐의 이야기를 하다가 오세훈을 들먹이며 절대 그렇게 못한다며 비아냥 거리는 그의 모습은 진짜 별로였다. 그의 태도는 정말 거만의 끝을 보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저자의 견해는 겸손하겠다던 정부는 한 번도 겸손하지 않고 변절된 정부의 입장을 비판하는 것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그건 저자도 말했다시피 정치적 입장에서의 관점의 문제라 생각된다. '무조건' 정부가 잘했다 하는 것도, 잘못했다 하는 것도 입장 차이다. 부동산 보유세를 급작스럽 게 높이는 게 누구에게는 날벼락이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그로 인해 보유의 가능성을 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국, 추미애, 윤석열, 부동산 대책 등 생각들이 다른 게 문제라기보다 사실을 받아들이는 입장 차가 아닐까.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거짓말이라고 여기고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진실은 이미 사실은 사실이 아닐지 모른다. 게다가 부동산 대책이야 어느 정부에서도 성공한 적이 있던가? 가진 자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게 현실이다.

 

읽다 보면 반정부 편향의 논조로 일관하는 저자의 비평에 피로감이 상당했다. 사실 떠들썩하게 논란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 사실이냐 아니냐 진실이냐 아니냐를 이야기하려면 논점에 대하 이렇다 할 검증되는 부분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저 반대의 입장만 있다. 추미애의 검찰개혁의 문제를 지적하려면 그 반대로 윤석열의 검찰 권력도 함께 지적해야 했다. 추미애 아들의 문제를 지적하려면 윤석열의 장모의 문제도 지적해야 했다. 한쪽에 대한 입장만으로 잘잘못을 끌어 나가는 건 결국 진실이 드러난다 해도 그건 자신의 믿고 싶은 것만 진실이 될지 모른다. 그래서 진실은 사실이 아니다.

 

 

저자가 어떤 의도로 책을 썼든 간에 읽는 독자로서 그것도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현 정부나 개인을 비판하는 데 있어 현 정부에 내쳐져 삐딱해진 저자 개인의 입장이나 관념이 투영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목처럼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고 말하는 듯 들렸다.

 

어쨌든 이 책은 과거로부터 현 정부까지의 정치판에서 국민들이 겪는 피로감을 절절하게 복기하게 하는 책이다. 거대 여당으로 겸손과 소통에 여유롭지 못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으며, 이런 정부를 등에 없고 관료들의 힘겨루기에 국민들이 겪어야 했던 피로감도 적지 않았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부정과 독선을 눈 감고 여론 몰이를 하던 보수 야당의 문제도 적지 않았음도 사실이다. 하여 정치는 그놈이 그놈이고 그 판이 그 판이어서 국민들은 가슴만 태운다. 고깃집 불판은 닦기라도 하지 이놈의 정치판을 닦아도 닦이질 않으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정치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함과 동시에 정치에서 한발 더 멀어지게 만든다. 바람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타인을 향해 비난하고 공격하지 말았으면 한다. 달라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욕이 튀어나와도 비말처럼 여기저기 튀기지 않았으면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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