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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양장의 책을 좋아하는데 은은한 화이트 톤의 양장 표지에 빛바랜 사진 속 여인이 있다. 살짝 낯선 표정이라 느껴졌다. 편견이 있던가? 미달이. 볼이 빵빵했던 시크하고 약간 무례하기도 했던 그래서 살짝 짱구와 어깨를 견주던 아이. 그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이 전해졌다.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되었다는 것이 행복했을 것이라는 생각보다 힘겨웠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갓 입학한 초등생이 학교에서 친구와 노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을까. 아무리 촬영장이 재미있고 즐거웠다고 좋은 말로 포장해도 새벽까지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뭐가 그리 즐거운 게 있었을까 싶어 마음이 아렸다. 게다가 막돼먹은 아줌마의 막말까지 들으면서도 행복하다고 말하.. 2020. 12. 17.
[자기계발/에세이]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 꿈을 채울 마지막 1도보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온도를 찾는 일. 그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 어려운 걸 해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다른 건 몰라도 한 성실은 하는데. 요사이 복지관에서 새로운 일을 벌이느라 분주한데, 함께 콜라보를 하게 된 책방 여인이 있다. 대표 겸 작가인데 얼핏 보아 이십대의 후반을 불태우는 중인 것 같다. 그의 이십대를 보며 내 이십대가 처음으로 무척 아까웠다. 21살 중환자실로 들어가서 줄곧 병실 천장만 보고 지냈던 시간. 의사가 호언장담했던 죽을 거라거나 누워 숨만 쉬고 살아야 한다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고 벌떡 일어선 것에 감격해 마지않던 내 푸르디푸른 이십대를 그동안은 사실 아파하거나 후회하지 않았는데 하루를 쪼개서 쓸 정도로 바쁘게 사는 그의 에너지에 .. 2020. 11. 22.
[에세이]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진짜 내면의 감정을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것에서 긴장감을 느낀다. 그 긴장감을 느끼는 이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감정이 올라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p21 글쓰기 책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글이 가진 치유의 힘에 대한 책이다. 다만 이렇게 치유의 힘을 갖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에 대한 자기 고백적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가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전의 상처가 곪고 터지고 아물기까지, 아니 어쩌면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상처는 아물어도 흔적이 남는다는 말이 아직 익지 않은 감을 우적 씹었을 때처럼 떫디 떫지만 어쨌거나 조금은 덜 아픈 현재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긴 여정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는 내 삶에서 얼마나 많은 흔적이 남았을까. 잠시 멍.. 2020. 7. 28.
[교양/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마터면'이라니. 인생은 열심히 혹은 노오오오오오력 해야 하는 걸로 배우고 자란 탓에 이 작자의 '노력하지 않는 삶'에 대한 실험이 배부르거나 미친 '짓'으로 선을 그었다. 저자보다 딱 9년 더 산 시점 그러니까 작가가 사표를 던진 시기가 마흔을 두 달 남긴 시기였다고 하니, 난 쉰을 두 달 남긴 시점에 사표를 던지는 대신 이 책을 들고서 야멸차게 부러워하고 있다. 나도 하고 싶다. 저자가 해버린 야매 득도. 괴테가 어떤 상황에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그딴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언제 숟가락 놓게 될지 모르는 마당에 속도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생각도 있다. 어쨌거나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출발 전에 깨닫는다면 대박 좋겠지만 이미 출발하고 나면 방향을 바꾸는 일은 꽤나 수고스럽거나 빼도 박.. 2018. 12. 12.
[심리/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의 저력이 뭘까 궁금해서 덜컥 구입해 단숨에 읽어 버렸다. "아무 사심도 없이 누군가의 마음에 공들여 다가가고 싶다."라고 시작하는 그녀의 일상에 대한 기록을 흑심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공들여 읽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에 더구나 공적이든 사적이든 관계를 쌓는 일에 사심이 없을 수가 있을까. 어릴 때부터 인생은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얻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고 유무형으로 배워왔는데 '사심 없이' 그것도 '공을 들인'다니. 참 따뜻하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전력으로 공을 들인다는 말이 너무 좋다. 이런 여자에게 흑심 없이 시작할 수 있을까 싶다. 천잰가? 상담 내용을 어떻게 다 기억하지? 녹음? 내용보다도 이 생각이 줄곧 따라다녔다.(뒤에 일상을 거의 녹음하고 있다는.. 2018. 12. 10.
[교양/에세이] 고백, 손짓, 연결 - 가혹한 세상 속 만화가 건네는 위로 나는 웹툰을 보지 않는다. 웹툰에서 화제가 되고 영화화되거나 단행본으로 나오고 나서야 그게 웹툰이 원작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저자가 말하는 만화가 서브컬처라서 그런 건 결코 아니다. 다만 그림이든 활자든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읽는 걸 선호한다. 집중해서 활자를 읽으며 무의식적으로 책장을 넘길 준비를 하고 있는 걸 깨닫는 순간을 좋아한다. 내게는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쓱쓱 내린 마우스질을 성의 없달까. "이 책이 나를 닮은 평범한 서브 휴먼들에게 작은 공감이나 위로가 될 수 있으면 한다. 평론이라기에는 무언가 가볍고 에세이라기에는 무거운, 그런 어중간한 무게감을 가진 책이다." p11 어쨌거나 이 책에 등장하는 만화와 웹툰에 그려진 인생에 대한 여러 서사의 이야기는 그저 서브컬처 수준으.. 2018.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