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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by 두목의진심 202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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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진짜 내면의 감정을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것에서 긴장감을 느낀다. 그 긴장감을 느끼는 이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감정이 올라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p21

 

글쓰기 책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글이 가진 치유의 힘에 대한 책이다. 다만 이렇게 치유의 힘을 갖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에 대한 자기 고백적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가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전의 상처가 곪고 터지고 아물기까지, 아니 어쩌면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상처는 아물어도 흔적이 남는다는 말이 아직 익지 않은 감을 우적 씹었을 때처럼 떫디 떫지만 어쨌거나 조금은 덜 아픈 현재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긴 여정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는 내 삶에서 얼마나 많은 흔적이 남았을까. 잠시 멍해져 책장을 덮어야 했다.

 

 

"상처는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흔적이 남는다. 그래서 상처에 상처를 더하면 절망이다." p35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매 순간이 처음이고 매 순간이 서투름이다. 그저 익숙하다고 세뇌하며 사는 것일 뿐. 작가의 서툰 삶 속에서 수면제를 털어 넣어야 했을 만큼 깊은 좌절 역시 처음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한 통을 털어 넣었음에도 잠들지 못하고 전화를 받아 버리는 그 서툰 순간이 있었기에 이 책이 나왔을 테고. 그러고 보면 서툰 게 꼭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아팠지만 지금은 옅어졌을 그래서 어쩌면 이런 유쾌할 수 있는 비밀은 고백해도 좋지 싶다.

 

 

"글은 모든 사람에게 치유가 될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치유가 된다." p119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숨을 참고 꾹꾹 내리누르면서 침묵하게 되는 허다한 일상은 조금씩 감정에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은 상처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않고 흔적이 남는다. 상처를 온전히 치유하지 않으면 결국 깊어지고 트라우마가 된다. 그래서 고장 난 레코드판이 튀며 구간 반복되는 노래처럼 작가는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린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써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p172

 

뭐든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문장을 그저 쉽게 넘어가기 어려웠다. 사방팔방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한 자 한 자 힘주고 써 내려가는 것들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쓰는 즐거움을 작가의 문장에서 만나니 즐겁지 아니한가. 환상적이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고백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 상처 받고 아파하던 자신을 구원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다양한 글쓰기에 대해 풀어낸다.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부터가 글쓰기의 시작이라 말할 정도로 쉬운 것부터 불쑥불쑥 튀어 오르는 생각을 끄적거리는 것,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일기 같은 '쓴다'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로 인해 어떤 변화와 치유를 얻는지에 관해 차분하고 섬세하게 전해준다.

 

글쓰기 책이라지만 자신을 위로하고 성찰하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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