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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 이시형 박사가 권하는 자연명상

by 두목의진심 2020.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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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이름보다 '숲'으로 시작하는 제목을 보고 제주 곶자왈의 숲에서 무방비로 들이켰던 차갑고 민트색 공기가 떠올랐다. 박하사탕 백개쯤 입에 물고 있는 것같이 화했던 숲의 맛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잊지 못한다. 그와 반해 그보다 더 오래 살고 있는 도시의 공기는 맛도 없을뿐더러 답답하기만 하다.

 

사실 숲은 동경의 대상일 뿐 가까이 하기엔 쉽지 않다. 휠체어로 숲을 누빈다는 건 시간도 여건도. 뭐 한낱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책을 통해 저자가 주려는 깨달음이 사뭇 기대된다.

 

 

 

Loneliness(고독감)이 아닌 Solitude(고독력)이 필요한 시대

 

고독이 다 같은 고독이 아님을 깨닫는다. 단순히 혼자 있는 걸 즐기고 외로움 따위에 상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쩌면 난 죽치고 '그냥' 앉아만 있던 거지 정작 고독했던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박하 맛 공기를 마시며 우주 한가운데 앉아 있는 기분이란 어떤 걸지. 고독은 그 정도에서 완성될까?

 

 

"바람이 부르고 있다. p31"

 

산과 숲은 분명 다르긴 하겠지만 불어오는 피톤치드에 휩싸인 감각이 미야자와 시인의 싯구에 절묘해진다. 내려 올 걸 왜 굳이 오르는 가에 대한 우문이 내려오는 법을 알기 위해 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다 문득 들었다. 생각을 마음을 비우기 위해 등산하고 비워진 생각과 마음을 채우기 위해 느릿한 하산하는 일들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느릿함을 배우는 삶이라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는 어쩌면 등산 길보다 하산 길을 잘 끌고 가야 할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오를 땐 정상을 향한 희망이 있지만 하산길은 언제나 서운하고 아쉽습니다." p35

 

뭐 꼭 리더만 그러겠냐만은 어쨌거나 오르막이 있으면 언젠간 내리막이 있으니 등산은 하산을 목적으로 하는지도.

 

대형 버스에서 술판에 춤판에 그렇게 진빼고 혼 빼고 산에 올라 또 바리바리 싸가지고 음식들을 먹으며 친목을 돈독히 한다는 산악회들이 적지 않은데 저자의 따끔한 충고가 새겨졌으면 싶다. 왁자지껄 떠들게 아니라 소곤소곤. 그게 숲에 대한 예의다.

 

이 책은 숲을 넘어 자연으로 그리고 지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다소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삶의 성찰에 대한 토대를 만드는 기회를 부여한달까. 말 그대로 '어떻게 살 것인가'의 통찰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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