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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수학] 하버드 수학 박사의 슬기로운 수학 생활

by 두목의진심 2020.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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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몰라도 세상 사람 절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은 수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집만 보더라도 나를 필두로 아내도 딸도 다 수포자다. 그나마 아들은 못하지만 싫어하진 않다는 이유로 수포자가 아니라고 우기지만 내가 보기엔 도긴개긴이다. 최소한 내게 '수학=어렵다' 혹은 '재미없다'라는 정설이다.

 

한데 표지에서 파이가 웃는 얼굴이 왠지 모르게 읽는데 용기를 준다. 책 한 권 읽는데 용기를 내야 하는 게 웃기지만 어쨌든 이 책은 어려운 수학 책이 아닌가. 그런데 슬기롭다니 믿어보는 수밖에.

 

워밍 업에서 저자가 말하는 내용에 발끈한다. 수학이 산술이 아니면 뭐람! 솔직히 산수던 수학이던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아야 하는 압박은 보통 사람에겐 예술로 여기기엔 무리다. 그저 수학자의 건방일 뿐이 아닐지.

 

바로 말을 바꾸려니 부끄럽긴 하지만 놀랍다! 워밍업에 두 자릿수 곱셈을 읽으며 신기해서 따라 해 봤더니 역시 안 된다! 분명 저자가 하라는 데로 85×11=? 8과 5사이에 8과 5를 더한 수를 가운데 넣으면 8135여야 하지 않은가. 답은 935인데 말이다. 해서 다른 문제에 도전! 역시나! 그래서 혹시 자리 올림 수인가?라는 생각에 10자리로 넘어가면 앞 두 자리를 더했다. 빙고! 다른 수로해보자. 69×11=? 6159, 앞 두 수를 더하면 759! 정답!. 정말 재밌다.

 

오! 두 자리 곱셈까지! 이 책은 해보고 놀라고 환호성 치느라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작가의 말처럼 '뭔가 빠르고 신나는 연산'이 펼쳐지는 게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어 책 읽기는 느리만 하다.

 

수학의 역사적 기원부터 인물들의 이야기를 양념처럼 적당량을 섞어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 사용되는 연산에 대한 상식과 방법을 흔들어 놓는다. 종이가 아닌 느리지만 암산으로 따라 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나 같은 수포자 눈높이에 맞춰진 수준만 있는 건 아니다. 진도가 나갈수록 머리는 점점 한계에 다다르지만 쉽게 책을 덮진 않고 있다.

 

 

 

2장의 섹션 9에 "다들 여기까지 잘 따라오고 있으리라 믿는다."라는 저자의 말에 솔직히 위축됐다. 다들 잘 따라가는 수준인 거 같은데 나는 사실 따라가기 쉽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는 눈으로 스치는 수준이다. 환호했던 순간은 찰나고 곧바로 수포자의 자세로 돌아왔다. 내 처지에 오일러 법칙이라니, 쿠터라니 가당키나 하겠는가.

 

다시 회생하는 기분이 든 3자리 수의 곱셈은 신기할 정돈데 역시 책은 일부만 이야기 해놨다. 높은 수를 계산해 보니 계속 올림 수가 발생하는데 이 올림 수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하다 올림 수의 자세로 기존 수와 합쳐봤더니 역시 빙고! 그것도 우리가 풀던 기존 방정식보다 훨씬 빠르게 정답을 맞혔다. 이런 방법을 왜 교육과정에서 적용하지 않은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쉽고 빠르고 명쾌한데 말이다. 교육부 장관은 이런 방법을 아시우?

 

이 책은 가우스의 놀라운 수에 대한 직관력부터 다양한 수학 사의 인물들을 알려준다. 또 곱셈, 나눗셈을 비롯 검산 방법 나아가 무시무시한 제곱근, 나에게 모욕감을 준 로그 같은 연산을 손으로 머리로 직접적으로 해보며 대부분 모욕적이긴 하지만 살짝 즐거움도 맛보게 해주기도 한다. 암튼 신기한 책이다.

 

수학의 기원이나 원리 등 이론에 대해 집중된 여타 다른 책과는 달리 연산을 문제를 '푸는' 것 그것도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내는 다양한 방법에 집중한다. 게다가 이런 방법이 계속 연구되고 있다는 것 또한 흥미롭다. 정해진 방법으로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수학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는다고 수포자가 수학을 잘하게 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애초에 이렇게 '푸는'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면 최소한 많은 수포자를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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