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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장애]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 - 농인 엄마의 희망과 사랑

by 두목의진심 2020.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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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었던 <우리는 코다입니다>란 책을 읽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삶이 새삼스러웠는데, 이 책은 반대로 농인 부모가 청인 아이를 바라보는 이야기라니 또 누군가의 삶이 새삼스러워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농인 부모의 '대변인'이 되어야 하는 일들이 때로는 버거운 짐처럼 느껴지는 일상에서 코다들은 부모의 삶 혹은 문화가 어떻게든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주류가 만드는 세상에서 비주류로 버텨내야 하는 일들이 가능하게 만드는 노력이 얼마나 지치는 일들인지를 알게 됐었다.

"농인 친국들도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나도 친구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던 만큼, 나의 소통은 사회를 이해하려고 했다." p51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조용한 울림으로 전달한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되는 일은 나와는 다른 사람의 세상일지 모른다.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일 그리고 마음을 담는 일은 더 넓은 세상이 오는 일이다.

 

작가는 농인으로 청인 부모를 이해하려 오래 노력해야 했던 시간을 넘어 이제는 청인 아이를 양육하며 자신의 부모 역시 처음이었고 자신들과 다른 아이와 소통하려 애썼던 시간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지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농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 따뜻함이 넘쳐난다.

 

소리의 부재 속에서 만들어 나가는 부모의 문화와 소리의 과잉인 세상에서 아들이 만들어 나가야 할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그런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걱정스럽기보다는 오히려 든든하게 느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살짝 단단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작가의 결연함이 느껴져서일까.

 

주류인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소리의 부재를 청각 장애로 규정하는 일은 어쩌면 그들의 문화에 편입되지 못하는 소수의 비주류인 사람들이 겪게 되는 어떤 '것'들이 장애를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동시에 두 문화를 갖게 되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앞으로 더 기대되는 한편, 수어라는 농인의 언어가 '그들'만의 문화가 되지 않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코다: 농인(청각 장애인) 부모의 청인(소리를 듣는 사람) 자녀를 말한다. 좀 더 알고 싶다면, 영화 <미라클 벨리에>와 도서 <우리는 코다입니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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