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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교통경찰의 밤

by 두목의진심 2020.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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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평을 해오면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한다. 이 작가 글의 특징은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거다. 치토스라는 과자의 캐릭터(얘가 이름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가 했던 "언젠간, 꼭 먹고 말 거야!"라는 것처럼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늘 그런 식의 마음가짐을 갖게 한달까. "언젠간, 꼭 읽고 말 거야!"

 

이 책도 그랬다. 출간된 걸 알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었다. 제목이 주는 묘한 로맨틱함. 누구의 밤인들 로맨틱하지 않겠냐마는 특히나 교통경찰이라니 뭔가 기대감이 있었달까.

 

역시 그의 이야기는 재밌다. 중간에 그만 두기 쉽지 않을 만큼. 교통경찰의 이야기인 이 6가지의 단편 역시 그랬다. 한데 이 책은 딱 거기까지였다. 손에 땀을 쥐게 하지도 그동안 읽어왔던 얽히고설킨 스토리에 너무 기가 막혀 탄식에 가까웠던 한숨도 없다. 심지어 여러 인물들의 쫀득한 심리 묘사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그동안 반하지 않을 수 없었던 탄탄한 짜임새가 강렬하지 않았다. 단편이라서?

 

중년의 아우디 아줌마의 뻔뻔한 결말도 밋밋했고, 에이코를 위협을 가하던 운전자에 대한 복수도 치밀하지 않았다. 아들을 잃은 마에우라의 복수가 교훈적 선처로 끝날 때는 오히려 강렬한 반전이 있길 바랄 정도로 허무했다. 그나마 진나이가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고 한 그 순간 나 역시 그랬다는 정도? 영화 <증인>이 떠오를 만큼 나호와 지우가, 진나이와 순호가 닮았다. 독자의 상상에 맞기며 끝낸 진실에 대한 결과가 사뭇 다르긴 하지만.

교통 법규를 위반한 일로 벌어지는 사건에 사람이 죽거나 그렇진 않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작가가 교훈적 소설로 풀어 내서 그런지 밀도 있는 추리극은 아니다. 게다가 말미에 작가가 밝히긴 하지만, '뺑소니치는' 그런 몹쓸 짓은 활자로라도 하고 싶지 않다는 작가의 각오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작정하고 나쁜 놈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해자를 찾아내는 수사 극이나 추리극에서 보여주는 긴장감이나 치밀함이 흐릿해진 것은 아닌지 아쉽다.

 

10년이나 더 지난 작품을 중판된 것에 작가 본인도 놀랐을지 모르나 범인을 잡는데 CCTV나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목격자를 찾아 나서고 탐문을 하는 걸로 범인 차량을 특정하는 장면에 독자는 답답함을 느꼈을지 모른다.

 

교통경찰이라는 키워드보다 자동차라는 키워드가 더 적절해 보일 정도로 사소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자동차와 관련되면 누군가의 생명을 뺏거나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다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는 정황이나 상황이 만들어 내는 것이고 진실과는 관계없이 법규나 집행자에 따라 판가름 난다는 딜레마도 살짝 담는다. 그나저나 일본은 올림픽에 참 많은 걸 기대하는 건 아닌지.

 

어쩌면 이 순간에도 '다들 그러는데'라는 생각으로 사소한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일들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캠페인 같은 책이다. 기대보다 아쉬움이 컸던 책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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