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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와인] 와인 폴리 (매그넘 에디션) - 당신이 궁금한 와인의 모든 것

by 두목의진심 2020.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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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1잔이면 심장이 바쁘게 헐떡이고, 2잔이면 인격장애가 나타나고, 3잔이면 시체처럼 드러눕거나 실종에 가까운 채로 사라지는 내가 한때 아내와 와인을 즐겨 마셨던 적이 있었다. 제주도 푸른 밤을 옆으로 하고 집에서 분위기 잡으며 그랬다. 다시 육지로 이주하면서 아주 오래 그러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우리 부부는 알코올 해독력이 현저히 부족한 DNA를 물려받은 터로 독주는 생명 단축을 직접적으로 느낄 정도여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기껏해야 맥주 캔 하나를 나눠 마시는 정도다. 이래도 심장이 바쁘게 뛰는 건 마찬가지고.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부부는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아마 TV를 보다가 맛이 아닌 겉멋이 들어 폼으로 마시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어쩐지 모르지만 제주도 시내의 대형 마트에 널찍한 와인 코너가 있었다. 와인은 그저 화이트와 레드 정도 구분하는 수준이다. 그것도 맛의 차이가 아닌 컬러 구분 정도? 포도의 색이 와인의 색을 결정하는 정도다. 뭐 이런 와인에 대한 지식은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혀끝에 도는 맛의 경험은 드라이 한 와인의 텁텁하고 때론 떫은 느낌은 무조건 피하고 달달하고 스위트한 와인만 마시는 편식을 만들었다. 또 나름 비교 군이 생겼다. 와인 하면 프랑스라는 대명사보다 미국이나 칠레 와인도 훌륭하다는 걸 주워들어 이런저런 생산지를 찾아 맛도 비교해 보는 재미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이 책이 그렇게 맛과 멋과 재미에 빠졌던 와인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게 만든다. 게다가 소장각을 뿜뿜 풍기는 고급스러운 양장 표지는 술 한 모금 안 마셨건만 심장을 바쁘게 뛰게 만든다. 과연 와인이 과학과 예술의 절정일지 와인의 세계에 취해 본다.

 

 

이 책의 제목 '와인 폴리'는 원래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라니 흥미롭다. 그리고 그 안에는 와인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책 활용법처럼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와인을 마신다면 머지않아 와인 전문가 흉내를 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에 확 띈 내용은 늘 주류와 친해질 수 없는 이유가 참기 힘든 투통이었는데 와인을 마신 후의 두통은 알코올 성분이 문제가 아니라 체내의 탈수가 문제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주류에도 두통에 시달리는 나는 늘 탈수가 문제였던 걸까? 와인만 그런 걸까?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여하튼 저자는 와인 한 잔인 150㎖에 물 250㎖를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와인을 구성하는 특징을 바디, 당도, 타닌, 산도, 알코올 이 5가지로 구분한다고 한다. 이중 당도를 늘 스위트한 와인을 마셨는데 스위트한 게 칼로리도 높고 저렴한 와인이었다니 왠지 일부러 싼 와인만 마신 게 아닐까 싶어 이건 아내의 빅 픽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악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도 있다. 와인에서 반창고나 젖은 말안장 냄새가 날 수도 있다니 갑자기 와인의 고급 진 이미지가 확 깬다. 이런 냄새로 와인의 결함을 알 수 있다는 건 중요한 정보이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몰랐으면 원래 와인의 특징이라고 여겼을지도. 또 와인을 병 그대로 마시는 것보다 유리 용기에 부어 '숨 쉬는' 과정을 만들어주는 디켄딩으로 맛이 풍부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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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와인의 원료와 구성부터 시음하는 방법, 잔과 디켄더 그리고 서빙에 에티켓에 남은 와인을 보관하는 법까지 디테일한 설명으로 와인을 대하는 자세를 보다 전문가스럽게 만들어 준다. 또 여러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주고 그 와인들의 재배지와 구성, 저장 기간, 가격대를 포함해 보편적인지 희귀한지, 전 세계 와인 생산지와 각 생산지의 와인 라벨 표기를 읽는 법과 관련된 용어까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일러스트로 보여주고 있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좀 더 쉽고 명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와인 여행에 가이드가 돼준다.

 

와인을 좋아한다고 해서 와인 소믈리에까지 될 필요는 없지만 이왕 즐기며 마시는 와인이라면 이 책이 더 풍부해지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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