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을 읽으면서 동네 이발소에서 배움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던 저자의 이야기에서 '삼인행필유아사 三人行必有我師'라는 고사가 떠올랐다. 인생에서 누군가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한 듯해서 흥미롭다. 대학교수가 동네 이발사에게 삶의 지혜를 얻다니. 그것도 하버드 유명 교수가 그랬다니 철학자는 어디에나 있다는 말이 실감 난다.
동네 이발소에서 그날그날 적당한 음악과 함께 향긋한 꽃내음이 전해지는 이발소에는 지혜로운 철학자를 만나는 일이 행복한 일이라고 표현하는 하버드 대학교의 유명 심리학 교수의 이 책은 요란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아비의 이발소에 조용히 앉아 있는 나를 상상하게 만든다.
아! 분노조절이 고작 젖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이라니. 그동안 내가 퍼부었던 젖소가 얼마나 많은지 아비가 안다면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니 웃음이 더 커졌다.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라는 문장에서 어쩌면 인간은 관계의 피로도를 호소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는 것도 저자가 말한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피로가 풀리면 언제든지 다시 사람들 사이로 섞일 수 있다는 확신 같은.
"돈이 많으면 걱정이 생기고, 돈이 없으면 문제가 생긴다." p200
가난은 죄가 아니라 불편한 거라는 말을 믿고 싶지만 현대에서 가난은 '죄'일 수 있겠다 싶은 일이 너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다 보니 단순하게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짙다. 태생적 계급에서 만들어지는 불평등이 단순하게만 여길 수 없는 문제인데 아비의 말에서 좀 더 다르게 생각해 볼 여지를 느낀다.
어느 미용실에나 아비 같은 지혜로운 미용사가 있지는 않겠지만 미용실에 들어서면 표정도 입도 굳어지는 나는 이제부터는 미용실에 가면 적당한 수다와 침묵도 필요 있겠다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아비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한 이유는 꼭 행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내가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은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혼자 흡족해졌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 관계에 대한 성장하고, 좀 더 여유로워지고 때로는 침묵하고 용서하는 것들에 대한 지혜로운 조언을 짧고 쉽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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