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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by 두목의진심 2019.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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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었다. 큰 아들 빅 엔젤은 자신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위해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집합을 시켰는데 엄마가 선수를 쳤다. 죽음과 생일. 다르지만 묘하게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듯하게 중의적인 느낌이다. 

 

엄마는 죽고 큰 아들이자 집안의 전설인(근데 왜 전설처럼 군림하는지 그다지 설명은 없다.) 빅 엔젤마저 암으로 죽어간다. 슬픈 듯 슬프지 않은 이 집안사람들을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죽음의 디즈니랜드라니!(p81)' 장례식장에 딸린 묘지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암울하거나 눈물바다로 얼룩진 그런 죽음이 아니라 축제나 놀이동산같이 인생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죽음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살짝 가벼운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정리되지 않는 이 집안 식구들의 복잡다단한 집안일을 읽을 읽으면서 문득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이 생각을 종종 하며 살았다. 덧붙여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새로운 가술들을 누려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게 억울할 지경이랄까.

 

근데 빅 엔젤의 결코 천사스럽지 않은 건조한 이야기들은 죽는다는 것이 살아서 꼭 좋거나 반대로 억울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할 수도…. 산다는 건 참 피곤한 일이 아닌가.

 

 

빅 엔젤 가족들의 이야기는 멕시코의 한 집안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와 유사해서 전혀 생소하지 않게 느껴진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가부장적인 모습을 엿보이기도 하며 가족이라는 안전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끈끈해지는 형제애를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통해 많은 웃음을 준다기보다 죽어가는 과정 안에서 가족들 간의 사랑과 오해, 용서를 통해 따뜻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연말, 좋은 타이밍에 읽었던 가족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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